[천자춘추] 크리에이티브란 도대체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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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민 아티스트

오랜 세월 광고 기획사에 재직하면서 마지막까지 그 해법을 찾으려고 고심했던 것은 ‘크리에이티브의 정체’다.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잘나가는 100대 기업들의 디자인과 프로모션을 디렉션하는 대행사의 크리에이터였던 나는 늘 새로운 디자인 아이디어를 프레젠테이션 하는 것이 핵심 업무였다. 나의 디자인 철학은 장착돼 있어야 할 무기이자 대응 논리였고 궁극적으로 프레젠테이션 성공의 핵심 요인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나의 철학은 계속 변화했는데 초기에는 ‘시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지남철’이었다가 ‘숨어 있는 가치를 찾아내는 김소월의 꽃이 디자인’이라고 정리했다가 최종적으로 ‘디자인은 배려다’로 마무리했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정리이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화두로 삼고 있는 ‘크리에이티브는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나의 정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현재 내가 정의 내리는 크리에이티브란 ‘이종교배’다. 정확히는 크리에이티브의 원리가 ‘이종교배’라 생각하는 것이다. 즉,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은 누구나 생각하는 편한 교배에서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상할 수 없는 것을 교배시켰는데 그 기발함에 대중이 공감했을 때 전율적인 감동을 주는 것이다.

1986년 광고대행사에 입사할 때 논술형 시험문제가 ‘마이클 잭슨과 종이컵의 공통점과 다른 점을 논하라’였는데, 크리에이터에게 ‘이종교배’의 발상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가장 낯선 발상으로 수많은 대중을 설득시키는 아이디어가 있는 광고가 좋은 광고고 감동적인 크리에이티브라 평가된다. 크리에이티브한 발상은 대부분 물리적인 조합보다는 화학적인 조합이 절묘할 때 멋진 결과가 나온다.

화학적인 결합을 잘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으로 살기 위한 삶의 방법론을 찾자면 그 첫 순위는 여행이다. 크리에이티브의 핵심은 ‘낯설게 하기’이고 여행은 자신을 낯선 곳으로 인도하는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신을 들여다볼 때 인생의 또 다른 기발한 길을 발견할 수 있다. 한곳에 머무르고 침잠할 때 인간은 나태해지고 고루해진다.

수많은 고민과 여러 나태함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면,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를 늘 낯선 여행지로 삼아 보자. 그곳에서 자신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새로운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남상민 아티스트·사단법인 한국문화재디지털보존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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