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자유구역 개발에는 첨단산업 클러스터나 대학, 병원 등의 앵커시설이 중요하다. 새롭게 조성되는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자족 시설이어서다. 개발 15년이 넘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국제도시의 경우, 아직 이렇다 할 앵커시설이 없다. 청라 개발계획에는 국제금융단지와 로봇랜드, 청라시티타워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었다. 그러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사업을 맡긴 민간시행사가 돈이 되는 아파트만 지어 팔고 앵커시설 개발은 방치한 결과다. 참다 못한 청라주민들까지 들고 나섰다고 한다. “이제 그만 손을 떼고 빠져라”는 것이다.
최근 청라주민총연합회 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에는 청라 앵커 사업 추진에 대한 불만과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수익에만 급급, 투자 유치 등은 나몰라라 한다”, “청라 사업에서 이들을 제외시켜야 한다”. 지역 주민단체들은 조만간 이런 요구를 행동에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저간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그럴만 하게 됐다. 먼저 국제금융단지 개발을 맡은 청라국제금융단지㈜는 같은 그룹사인 한양과 보성산업이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업체는 금융단지 부지에서 1천534가구의 아파트 개발 사업을 먼저 끝냈다. 지난해에는 702가구 규모의 오피스텔도 분양했다.
그러나 청라국제금융단지에 들어서야 할 호텔 및 관광복합시설이나 상업시설 개발은 진척이 없다. 이 때문에 사업부지의 30%가 여전히 빈땅으로 방치 중이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아파트 등 수익사업만 빼먹고 정작 본사업은 나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사실상 한양이 주도하는 ㈜인천로봇랜드도 마찬가지다. 사업 착수 15년째지만 공정은 0.77% 수준이다. 한양과 보성산업이 90%의 지분을 가진 청라시티타워㈜의 사업 추진도 표류를 거듭한다. 최근 LH가 사업비를 최종 확정했지만 청라시티타워㈜는 공사비 분담을 거부하고 있다. 게다가 당초 계약과 달리 시티타워 사업에 오피스텔을 추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사업 전망이 투명한 곳이 없다.
청라국제도시 앵커시설의 추진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책임을 지고 이끌어야 할 사업이다. 참여 민간기업은 사업 추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편의적 위탁 시행사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간의 사업 추진 과정을 보면 인천경제청이 민간 사업자에게 휘둘리는 모양새다. 민간사업자는 기본적으로 수익이라는 동기 부여에 따라 움직인다. 사업을 맡긴다면 그 권리와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되, 그 선을 넘으면 당초 계약에 따라 조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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