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 학교, 아직도 ‘수은 온도·체온계’ 수두룩

깨지기라도 하면 아찔… 아이들 ‘수은’ 노출 위험
교육부, 폐기 지시 3년 지났지만 2천200여개 남아
市교육청 “조만간 전수조사… 신속 처리 방침”

“아직도 학교에 수은 온도계와 체온계 등이 남아있다니, 혹시나 깨지기라도 하면 어쩌나요?”

한 초등학교 교사 김씨(32·여)는 최근 과학실 한켠에 있던 수은 온도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깨져 아이들이 수은에 노출되는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수은에 대해 알지 못하는 아이들이 “은이 나온다”며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만지려 했다. 다행히 김씨의 제지로 짧은 시간 수은에 노출된데다 아이들 손을 씻기고 양호실에 보내 문제가 없었지만 학교 측은 학부모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김씨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아 제지를 해도 여러 용품들을 만지고 살펴본다”며 “수은이 들어있는 용품들을 얼른 폐기해야 하는데 회수업체를 찾기가 쉽지 않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밀봉해 한쪽으로 치웠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학교에서 사용 중인 수은 함유 온도계·체온계 등을 폐기하라고 지시한 지 3년이 지났지만, 인천지역 학교에는 여전히 3천개가 넘는 수은 함유 교구가 보관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인천지역 학교 내 남은 수은 함유 폐기물은 총 3천64개로 집계됐다. 이 중 온도계는 1천678개, 체온계 615개, 혈압계 247개, 기압계 101개, 비중계·염도계·습도계 360개, 기타 63개 등이다. 광주시교육청과 울산시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은 수은 함유 폐기물을 모두 처리했지만, 인천은 아직까지 다량의 수은 함유 폐기물이 남아있는 것이다.

대기 중에 수은은 인지·운동 능력 장애와 태아 발육 지연 등의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수은이 바다나 강 등에 흘러 들어갈 경우에도 중독을 유발한다. 각각 평균 3g, 1.2g의 수은이 들어있는 온도계와 체온계를 학교 현장에서 다량 보관하고 있어 신속하게 폐기물을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앞서 교육부가 지난 2019년 5월 수은의 인지·운동 능력 장애 유발 등 인체 유해성을 우려, 각 시·도교육청에 수은 함유 제품의 사용 금지 및 폐기를 지시했는데도 폐기물 처리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20년 7월 폐기물관리법 개정에 따라 수은 교구가 생활폐기물이 아닌 지정폐기물로 분류, 전문 수거업체만이 관리할 수 있는 탓이다. 현재 환경부가 승인한 수은폐기물 처리업체는 전국에 단 1곳 뿐이다. 이에 시교육청은 전체 폐기물을 한 번에 처리하지 못하고 지난 2018년 2천943개, 올해 7월 기준 3천138건의 폐기물을 처리하는 데 그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여러 사정으로 환경부 시행령에서 보관기간을 1년 연장했다”며 “자체 예산 2억원을 투입해 조만간 전수조사를 통해 학교에 남아 있는 수은 함유 폐기물을 신속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민수·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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