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증 장애인 위한 ‘경기 누림통장’ 시작/오랜만에 ‘정치 셈법’ 없는 복지를 본다

‘경기도 누림통장’이 의미 있는 첫발을 내디뎠다. 신청을 통해 접수한 가입자 975명을 품었다. 이들이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그 액수만큼 도와 시·군이 매칭한다. 최대 24개월에 월 저축 한도 10만원이다. 2년 만기 땐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만원까지 마련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현금성 복지다. 일부의 비판을 사고 있는 퍼주기 복지와 틀은 같다. 하지만 그 대상과 취지가 다르다. 감히 ‘가장 복지 다운 복지’라고 우리는 본다.

장애인복지법상 ‘정도가 심한 장애인’이 대상이다. 우리 사회에서 중증 장애인에게 허락된 경제활동은 없다. 서울시가 요란하게 내놓은 대책이 있다. 중증장애인을 우선 채용하는 정책이다. 주 20시간 일하는 시간제 일자리, 주 15시간 일하는 복지형 일자리가 있다. 각각 95만여원, 71만여원을 받는다. 2020년 처음 도입됐다. 그 후 경기, 경남, 전남, 전북, 춘천 등으로 확산됐다. 그래서 채용된 일자리가 몇 개일까. 그래봐야 겨우 690개다.

취업을 정책 목표로 삼지 않은 정부, 지자체는 없다. 실업 상태 국민에 대한 지원도 많다. 희망키움, 내일키움, 청년희망키움통장, 청년저축계좌(이상 복지부), 일하는청년통장, 청년연금(이상 경기도), 청년내일채움공제(고용노동부), 미래행복통장(통일부) 등이다. 대상, 조건 등에서 사업 간 차이는 다소 있지만, 자산형성지원사업이라는 본질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 중증 장애인은 없다. 정치로 되돌아올 표가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누림통장의 입안자는 김동연 지사다. 그 스스로 가난과 역경을 이겨낸 삶의 표본이다. ‘희망이 넘치는 경기도’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절절히 다가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누림통장의 출발을 알리는 행사가 있었다. 거기서 김 지사가 또 한번 강조했다. “이번 누림통장은 가입자 975명(중증 장애인)에게 드리는 작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는 작은 발판이 됐으면 한다.” 관련 지원을 확대해 갈 것도 약속했다.

우리 사회가 현금 복지로 빠져든 지 오래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논쟁도 이제는 식상하다.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정치’가 벌인 짓이다. 오로지 표밭을 향한 정치 셈법뿐이다. 이런 때 접하게 된 누림통장이다. 적어도 우리 판단에 이 속에 정치 셈법은 없다. 공공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그럼에도 그동안 외면당했던 영역에 대한 자각이다. 조금 과하게 확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본다. 납세자인 도민도 능히 공감하고 참여할 것이다.

화성시가 거들고 나섰다고 한다. 지원 대상을 비중증 장애인까지로 확대했다고 한다. 나머지 시·군도 고민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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