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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 전기요금 인상에 도내 중소 뿌리기업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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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데 덮친 격" 전기요금 인상에 도내 중소 뿌리기업 '망연자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연합뉴스

# 화성에서 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이상일 대표(59)는 이달부터 오른 산업용 전기요금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발표에 따라 이씨의 업체는 최대 10%까지 생산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력량을 줄여 ‘히터’(열처리 기계) 용량을 낮추면 온도가 더디게 올라 이마저도 포기했다. 그는 최근 궁여지책으로 직원들에게 전등이라도 아껴쓰자고 전달하기도 했다. 이씨는 “생산을 저녁 시간대에 좀 더 집중하려고도 해봤지만, 그렇게 되면 야간에 추가로 구해야 하는 인건비가 부담이라 이조차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삼중고에 시달리는 경기지역 중소 ‘뿌리기업’들이 최근 전기요금마저 인상되며 경영에 직격탄을 맞아 비명을 지르고 있다.

5일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해 중소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고압A 전기를 ㎾h당 7.0원 인상했다. 기존에 예고됐던 기준연료비 인상분 4.9원까지 포함하면 실제 산업용 전기요금은 ㎾h당 11.9원까지 늘어났다.

이 때문에 특히 열처리·금형·주조 등을 취급하는 뿌리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상황. 이들 기업은 전기를 이용해 1천500도 이상의 고온에서 쇳물을 가공하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6대 뿌리산업의 제조원가에서 전기요금 비중은 평균 15%에 달하며, 이 중 열처리나 주조의 경우 전기요금이 생산비용의 30%를 웃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업계에선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등을 도입해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중기중앙회가 전국 35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보면 중소기업들은 가장 필요한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 ‘중소기업 차등 전기요금제 마련’(59.1%)을 요구한 바 있다.

반면 한국전력은 폭등하는 연료비 대비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전력을 공급해 와 적자 폭이 커진 데다 장기적으로 ‘에너지 효율화’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중소 뿌리기업만을 위한 요금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들을 대상으로 올 4월부터 ‘고효율기기 보급 지원사업’을 진행, 변압기·사출성형기 등 기기 교체비용을 제공해 요금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을 지원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지난 8월까지 도내에선 총 37개의 뿌리기업이 해당 지원을 받고 있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연료비가 급등하는 시기부터 이미 고객들의 부담을 상당 부분 떠안고 있던 상황”이라며 “단계적으로 조정을 추진하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미래 세대의 전기 문제까지 고려했을 때 특정 업계에 한해 요금을 절감해주는 것은 바람직한 방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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