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선 8기 100일, 허니문은 끝났고/이제부터 시민의 냉험한 채점이다

기본적인 인사도 마무리 되지 않은 곳이 많다. 시·군 산하 공공기관 인사 과정이 특히 그렇다. 전임 시장 때 취임한 인사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현 시장·군수 측 인사들과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다. 선임 과정 자체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곳도 많다. 능력 본위 선발, 공정한 과정 확보라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어느 경우든 인사 무능이다. 인사에 대한 분명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명분보다 훨씬 중요한 게 시정이다. 이제 인사를 마무리하고 행정을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공약도 이제 정리해야 한다. 작금의 흐름이 그랬듯이 유난히 교통 SOC공약이 많은 민선 8기다. 철도 신설·연장, 도로 확·보장 등이 숱하다. 교통 SOC 특성상 공약 하나 실천에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민선 임기 4년에 끝낼 수 있는 공약은 없다. 구상부터 완공에 십수년이 걸리게 십상이다. 최소한의 결과를 만들려면 서둘러야 한다. 임기 말에 용역 보고서 한 장 내놓는 예가 허다하다. 이제 시민들도 그 꼼수를 다 안다. 4년을 쪼갰을 때 지금쯤 시작해야 할 분량이 있다.

예산작업은 이미 밑그림이 나왔어야 한다. 도로 SOC못지 않게 많았던 공약이 복지다. 남녀노소,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공약이다. 모두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시민 입장에서는 1년 뒤 복지 흐름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그 시기가 차기 년도 예산 편성 작업이다. 올해 그 편성 시기가 시작됐고 기본 틀이 짜여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그려진 복지 예산서를 보여야 한다. 시민들이 해당 예산의 내역서를 보자 할 것이다. 이게 없다면 내년 복지는 없는 것이다.

기업유치 등에 대한 결과도 현시되기 시작해야 한다. 수도권에서의 기업 유치는 현실의 벽이 높다. 국토균형발전은 여전히 국가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전히 수도권 기업은 빼앗아갈 대상이다. 새로운 기업을 가져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시장·군수 혼자 뛰어서 맺어질 결실이 아니다. 근래 가장 큰 기업 유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과연 용인시장 또는 경기지사의 역할로 가능했었나. 자칫하면 4년 뒤 ‘유치 기업 0개’의 민망한 결산서를 내놓게 될 것이다.

주민 민원 사업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을 막론하고 선거 때 쏟아진 민원이 있다. 장례시설·혐오시설·환경시설 등의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특히 많다. 아주 많은 경우, 시장·군수들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 내놓는 꼼수가 있다. ‘공론화’라는 이름의 말장난이다. 정직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태도다. 민원 해결의 주체는 시군이다. 공론화는 시군의 자기 책임을 민간에게 떠 넘기는 짓이다.

취임 100일까지는 너그러웠다. 유권자가 봐 넘겨준 시간이었다. 이제부터는 아니다. 따져 묻고 평가하는 평시 행정으로 갈 것이다. 전혀 다른 각오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아주 많은 시장·군수들이 이 냉험한 경계를 구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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