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에게 친숙한 새마을금고의 빗나간 행태가 연일 지면에 오르고 있다. 임직원들의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나 직장 내 갑질 등이 도를 넘은 상태라고 한다. 최근 6년간만 해도 85건의 금융사고가 터져 피해액이 641억원에 이른다. 결국 서민 고객들이 맡긴 출자금이나 예수금이다. 이런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도 절반이 이사장·전무·상무 등 임원들이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시아버지와 며느리, 외손녀가 한금고에서 일하는 사적 채용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갑)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다. ‘수도권 새마을금고 임직원 친인척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100곳 금고 중 27곳(27%)에서 친인척 관계의 임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인천은 52곳 중 5곳(9.6%), 서울은 212곳 중 18곳(8.5%)이었다. 서울의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딸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아들이 과장이다. 이사장의 사촌동생, 사위, 이종사촌, 고종사촌 등이 함께 근무하는 금고들도 있었다. 이런 새마을금고들에서는 이사장이 직접 친인척의 채용 면접장에 면접관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며느리와 외손녀, 이사의 친인척 2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며느리는 2018년, 외손녀는 2019년에 각각 채용됐다. 또 다른 인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조카가 2017년 입사해 현재 계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 이사장은 조카가 공개 채용 시험에 지원했던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규정은 지원자와 이해 관계나 가족 관계 등이 있으면 면접관으로 참여할 수 없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어떤 금융기관인가. 1960년대 재건국민운동 마을금고에서 출발,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금융기구 역할을 담당하며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으로 이만큼 성장한 서민금융이다. 외환위기 때는 제2금융권 중에서도 높은 신인도를 인정받아 많은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기억도 새롭다. 그런데도 서민 고객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적 채용, 금융사고, 직장 내 갑질 등의 일그러진 모습만 보일 것인가. 고객들이 볼 때는 잇따르는 금융사고와 만연한 사적 채용이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채용 비리는 우리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가장 큰 불공정이다. 이대로 가면 새마을금고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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