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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노출’ 급식조리실… 인천市교육청은 늦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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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물질 노출’ 급식조리실… 인천市교육청은 늦장 대응

환경 측정 494곳 중 304곳 환기설비 기준 미충족
교육청 ‘안전 장치 자체 개선’ 일선 학교에 떠넘겨
“TF 운영하면서 조치 無” 지적에 “개선 방침 세워”

인천의 한 학교 급식 조리실 세척장에서 조리원이 식판 세척을 하고 있다. 이곳 후드가 고용노동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인천시교육청 자체 조사 결과 드러났다. 조리원들은 세척작업 시 30~40℃가 넘는 수증기에 장기간 노출해 심각한 열장애를 겪을 수 있다. 김수연기자

인천지역 초·중·고등학교 급식 조리실 3곳 중 2곳이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물질에 노출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시교육청은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일선 학교에 시설 개선을 떠넘겨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 등 모두 494곳 학교 급식조리실에 대한 작업환경 측정을 하고 있다.

지난달까지 작업환경 측정 결과, 모두 304곳(61.5%)의 학교가 고용노동부 등이 제시한 학교 급식조리실 환기설비 설치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했다. 연말까지 측정이 더 이뤄지는 만큼,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한 학교는 더 나올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은 학교 내 급식 조리실에는 환기를 위해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소배기장치는 조리과정에서 나오는 각종 증기, 가스, 냄새, 초미세입자, 유기화합물 등 유해물질을 조리실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다. 핵심인 후드를 비롯해 덕트, 공기정화장치, 송풍기 등으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304곳의 학교 급식 조리실에 설치한 국소배기장치의 후드 유속이 대부분 초속 0.2m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은 조리사들이 유해물질과 수증기에 다량 노출한 환경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해 후드 입구의 유속을 초속 0.5~0.7m 이상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이처럼 후드의 유속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조리 시 조리사들이 각종 유해물질에 노출, 폐암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세척작업 시 30~40℃가 넘는 수증기에 장기간 노출해 심각한 열장애를 겪을 수 있다. 앞서 지난달 20일 부평남초등학교의 급식 조리실에서 50대 조리사가 세척 작업 중 쓰러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교육부는 전국 학교 조리사 등을 대상으로 폐 컴퓨터단층촬영 (CT) 검사를 하고 있다.

특히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에 최근 국소배기장치에 문제 발생 시 자체적으로 처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조리실의 후드를 비롯한 국소배기장치에 문제 발생 시 시교육청 또는 교육지원청 주도로 조리실 개선공사를 해야 한다. 해당 공문에는 조리실 개선공사를 할 수 있는 업체 명단도 들어가 있다.

그러나 학교들이 이들 업체에 문의한 결과, 후드 유속 문제를 해결하려면 조리실 천장의 배관, 덕트, 공기정화장치, 송풍구 등 전체 시설을 교체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 같은 규모의 공사는 학교 자체적으로 감당하지 못한다.

임종한 인하대학교 보건대학원(의예과) 교수는 “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개선하라고 떠넘길 것이 아니라 용역 등을 발주해서 주도적으로 처리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도 “시교육청은 물론 교육부까지 나서 종합적인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신충식 인천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시교육청이 7개월간 학교 급식실 환경개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면서도 이 같은 문제에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부평남초 조리사 사망 사고와 관련해 경위를 파악한 뒤, 문제의 소지가 있으면 (시교육청에) 엄정한 시정 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도성훈 교육감의 최근 지시에 따라 문제가 심각한 학교를 선별해 우선적으로 개선 사업을 하기로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주영민·김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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