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사장 인선, 잇단 ‘적격 없음’ 측근 심기용 자격 개악이 원인 인재 모실 적정 조건 내걸어야
아주 긍정적인 시각으로 들여다보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사장을 공모했다. GH 임원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추천했다. 경기도가 ‘적격자 없음’으로 판단했다. 처음부터 다시 공모에 들어갔다.- 김동연 도지사가 강조했던 인사 약속이 있다. ‘측근을 미리 내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측근이 있었으면 결정되지 않았겠나. 적어도 이번 공모에 내정자는 없었던 걸로 보인다. 김 지사 약속이 거짓이 아니었음은 믿고 가도 될 듯하다.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벌써 두 번째 인선 불발이다. 원인 분석을 위해 추천됐던 2명을 살필 필요가 있다. 한 명은 항간에 유력설까지 돌았던 인사다. 경기도 국장을 역임했던 공무원 출신이다. 안전기획팀장, 장애인복지과장, 민생특별사법경찰단장을 했다. GH의 핵심 업무는 건축, 토목, 개발 등이다. 도청 조직에도 관련 부서가 있다. 행정직인 그는 이 직렬과 무관하다. 앞서 GH 본부장 갈 때도 말이 많았다. ‘이재명계’라는 얘기가 그때 돌았었다.
다른 한 명은 LH 출신이다. LH 대구경북 본부장을 했고, 스마트시티 본부장을 했다. 업무는 연계되지만 관리자 경험이 부족하다. GH는 매출 규모 2조원에 육박하는 거대 기업이다. 1천300만 도민을 책임지는 자리다. 역대 GH 사장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LH 부사장, 지방 공기업 사장 등이 왔었다. 적격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사실 둘에겐 ‘적격자 없음’이 곧 불명예다. 그 불쾌함을 재삼 들출 생각 없다. 다만, 불발의 원인은 따져보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 때 바뀐 기준이 문제다. GH 사장에게 적용된 기준을 보자. ‘지방공기업 경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자’. 자질과 능력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 나머지 5개 기준이 전부 이런 식이다. ‘능력을 갖춘 자’, ‘소양을 갖춘 자’.... 사실상 조건이 없는 정성평가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다. 최소한의 자격을 요하는 정량평가였다. 매 항목마다 ‘○급 이상’, ‘△년 이상’이 있었다. 이게 ‘자격 무제한’으로 바뀌었다. 결국에 가면 인사권자 맘대로다.
그렇게, 관광에 경력도 없는 이가 관광공사 사장이 됐다. 그렇게, GH 업무와 무관한 변호사가 사장이 됐다. 그렇게, 재무·회계·세무도 모르는 감사들이 막 생겨났다. 공교롭게 그들 대부분이 도지사의 측근들이었다. 이런 인사 난맥이 무탈할 리 있겠나. 상상 못할 사달이 났다.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출신이 감옥에 가 앉아 있다. 근데 죄명이 개발 비리다. 관광공사 사장이 왜 개발 비리로 투옥돼 있을까. 과거에 정량평가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경기도만 이렇게 한다. 같은 수도권의 교통공사가 있다. 서울교통공사와 인천교통공사가 작년에 상임이사를 채용했다. ‘6년 이상 경력’, ‘3급 이상 근무’ 등이 조건이었다. 경기교통공사만 그런 게 없다. ‘능력과 리더십’, ‘자질과 능력’, ‘경험과 능력’.... 애매하다. 최근 경기 광주시가 도시관리공사 상임이사를 공모했다. 여기도 자격이 있다. ‘임원급 이상으로 근무한 경력’, ‘국가 또는 지자체가 50% 이상 투자한 기관 근무’.... 막 받는 건 경기도뿐이다.
행정이 널널하면 안된다. ‘대장동’ 업자들이 몇 억 넣어서 몇 천억 먹었다. 그들은 지금도 당당하다. ‘내가 불법이면 성남시장도 불법이다’라며 떳떳이 항변한다. 이러니 국민이 설계자인 성남시장을 탓하는 것이다.
김동연 지사가 약속했다. ‘내 측근 아닌 최고의 전문가를 모시겠다.’ 그렇게 가길 기대한다. 그래서 설계를 고쳐 잡기를 권한다. 산하기관장 자격 무한 개방, 이건 시작도 불순했고 결과까지 실패한 적폐다.
主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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