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당장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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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

서민들의 삶이 나날이 힘들어지고 있다.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금리와 환율의 높은 인상은 우리 사회를 심각한 위기로 치닫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 적자가 30억5천만달러에 이른다. 순수한 의미의 경상수지 적자는 2012년 1월(-22억9천만달러) 이후 10년7개월 만이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강국으로 상품을 수출해 생기는 흑자로 다른 부문의 적자를 메워 전체 대외 거래에서 달러를 벌어들이는 구조를 특징으로 하는데 수출마저 부진하다면 이제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러한 난국을 극복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나라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정치가 정쟁에 휩싸여 민생과 나랏일은 뒷전이다. 민주노총을 ‘김정은 기쁨조’로, 야당 의원을 향해서는 수령께 충성한다고 하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국정감사장에서 떠들어 대는 자를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임명했으니 이 정부에서 노사정의 협의와 타협을 기대하는 일은 출발부터 이미 틀렸다고 보는 게 맞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 엄정 중립의 입장에서 국정을 감시, 감독해야 할 감사원장은 ‘감사원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특히 대통령과 집권층 주변에서 반복되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의 일단이다.

총체적 난국의 압권은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다. 남북 간 군사적 대결과 전쟁연습은 도를 넘었다. 치킨게임과 같은 남북 간의 ‘강경 대 강경’의 충돌은 지금 당장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대북 ‘선제타격’을 공언했고 취임 후 한미 군사훈련 또는 전쟁연습을 역대 어느 정부보다도 가장 빈번하게, 가장 강도 높게, 가장 큰 규모로 실시했고 지금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6월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천명한 데 이어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했다. 이는 재래식 국지전이 곧바로 전면적 핵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되는 결정으로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

최근 반복되는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의 무력 시위는 지정학적 단층선(Fault Line)인 한반도 안보환경을 극도로 악화시켜 전쟁의 위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칫 방심하거나 어느 한쪽이 오판할 경우 한반도는 상상할 수 없는 대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 당장 멈춰야 한다.

윤기종 前 한겨레평화통일포럼 이사장·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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