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애인 의무고용’ 어겨 세금 낭비하는 공공기관들

고용 취약계층인 장애인의 취업을 촉진하기 위한 장애인 의무고용제도가 유명무실하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 등 상당수가 법으로 정한 장애인 의무고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인턴이나 계약직 채용 등 꼼수를 부리거나, 부담금으로 땜빵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의 취업 기회를 늘리기 위해 1991년부터 장애인 의무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 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은 장애인을 3.6%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비율은 다르지만 민간기업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반하면 부담금을 내야 한다. 또 장애인 고용실적이 현저히 낮은 곳은 공표해 경각심을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 의무고용은 여전히 부진하다. 제도 정착을 선도해야 할 정부 부처와 지자체도 그렇고, 산하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경기도의 장애인 의무고용 대상 공공기관 24곳 중 경기도의회와 경기의료원 등 13곳이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았다. 지난 7월 기준 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는 곳은 6곳으로, 상반기에만 2억원이 넘는다. 부담금 액수가 가장 큰 경기도의료원의 경우 2천여명의 상시 근로자 수에 비례해 69명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7월까지 47명밖에 채우지 못해 누적된 부담금만 1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경기도인권센터가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을 조사했다. 당시 장애인 의무채용을 미이행한 곳은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연구원, 킨텍스, 경기도의료원, 경기대진테크노파크 5곳이었다. 이들 기관 중 경기도의료원과 경기연구원, 경기주택도시공사, 경기대진테크노파크는 지난해 시정 권고를 받았는데 올해도 의무고용률을 채우지 않았다. 경기연구원도 상반기에만 5천500여만원의 부담금을 납부해야 한다.

장애인 의무고용을 안 해 비판받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을 받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공공기관들의 의무고용 이행률이 민간기업 못지않게 낮다는 점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부담금 납부로 장애인 의무고용을 회피한다. 부담금은 바로 국민 세금이다. 법을 어기고 몇 억원씩 세금으로 메우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전국적으로 따지면 한 해 수백억원이다. 국민 혈세를 이렇게 낭비하면 안 된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대한 근본 대책이 절실하다. 지금처럼 법 규정을 위반하고 부담금으로 대체하는 잘못된 행태가 되풀이되면 안 된다. 제도의 취지는 장애인 고용을 늘리는 데 있다. 부담금을 납부했다고 책임을 다하는 게 결코 아니다. 개선 노력을 안 하는 공공기관은 예산 삭감 등 불이익을 줘야 한다. 의무고용을 실천한 기관과 기업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장애인 고용을 확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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