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전 불감증과 노동 경시 풍조, 근본 인식부터 변해야 한다

지난 21일 오후 1시5분께 안성시 원곡면에 있는 저온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해 작업 중이던 노동자 5명이 추락했다. 이 사고로 외국인 노동자 3명이 숨지고, 2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공사 현장 4층에서 노동자 8명이 시멘트 타설 작업을 하던 중 거푸집이 무너져 내리며 5명이 5~6m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도내에는 노동자 사고가 또 있었다. 즉, 안성 사고 6일 전인 지난 15일 평택시에 위치한 SPC그룹 계열사인 SPL제빵공장에서 여성 노동자가 사망했다. 노동자는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소스 교반기를 가동하던 중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숨졌으며, 수사 당국은 질식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들어 노동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29일 레미콘 제조 기업인 삼표산업이 양주시 채석장에서 석재 발파를 위해 구멍을 뚫는 작업 도중 토사 30만㎥가 무너져 내려 작업 중이던 천공기·굴착기 운전원 3명이 매몰돼 숨졌다. 그뿐 아니다. 올해 1월 광주광역시 동구 화정 아이파크 건설붕괴 현장 사고, 2월 전남 여천공단 폭발 사고 등 계속적으로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과연 언제까지 이런 일이 노동현장에서 되풀이 돼야 하느냐는 탄식만 나온다.

노동현장에서 이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있지만 아직도 노동현장은 안전 불감증과 노동 경시 풍조가 만연돼 있다.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한 명 이상이 사망하는 경우, 중대산업 재해에 해당하지만 과연 이런 법의 취지를 사업주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특히 평택 SPC그룹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대한 후속 처리 과정은 더욱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게 했다. 사망사고가 있었던 다음 날에도 사고현장을 흰 천으로 가린 채 남은 기계 2대의 가동을 곧장 재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고인의 빈소에 경조사 지원품이라며 자사의 빵 두 상자를 보낸 것은 노동자를 조금이라고 존중했다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잘못된 사업주의 행태다. 21일 SPC그룹 회장의 사과 후 발표된 안전경영에 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약속도 구체적 내용이 없어 믿기 어렵다.

우선 노동현장에 대한 사업주의 인식이 근본부터 변해야 한다. 노동자의 인권보다 이윤을 중시해 안전 불감증과 노동 경시 풍조가 만연하고 있는 한 노동자들의 불행한 사고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도록 노동현장에 대한 사업주의 안전과 노동가치에 대한 근본적 변화가 있기를 절실히 요망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