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빅데이타와 가상현실, 로봇 등 4차산업혁명이 온통 세상을 집어삼킬 듯 밀려와 우리들의 평범한 삶까지 재설계 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공상과학이 현실이 되는 이런 세상에서 현실 적응 노력과 함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기대가 사방에서 충돌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밀어닥쳐 역사 속 한 장면처럼 순식간에 세상을 뒤덮었다. 사람들은 경악했고 당황스러워 했고 숨죽였으나 이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을 회복하며 활보하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나마 마스크 쓰는 모습을 통해 코로나가 여전히 우리 곁을 맴돌고 있음을 경각심을 잃지 않고 있을 뿐이다.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를 겪어오던 우리들 일상 앞에 이제는 유가, 환율, 금리, 인플레이션 등의 경제위기를 알리는 시그널 들이 월말의 카드 청구서 처럼 계속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IMF와 금융위기에 이은 코로나까지 거의 10년 주기로 위기를 경험했기에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며 움츠려 들기도 하고 계산기도 두드리며 기회와 위협을 부지런히 저울질 하는 중이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냉정하다.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적합한 자를 솎아내는 체제이고 경쟁을 본질로 하는 ‘피로사회’ 이다. 지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체제를 냉정히 바라보고 직시해야 한다. 과거 20세기의 IMF처럼 21세기 지금 코로나19와 4차산업혁명, 환경파괴 등이 오롯이 취약한 개인에게 직격탄으로 해일처럼 밀려드는 것을 이렇게 계속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러우전쟁과 에너지 공급대란, 미중 패권경쟁과 갈등심화, 핵무기 법제화와 잦은 도발 등의 한반도 긴장고조 등 우리를 둘러싼 외부적 요인들이 갈수록 우려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국가경영의 리더쉽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이 약화 되면서 미래지향적이고 문제해결 중심이 아닌 정쟁과 비방으로 가득한 국내의 정치수준은 불안과 위기를 더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이 도대체 무엇인가? 이건 바로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몰된 채 이기심과 그릇된 신념으로 환경을 파괴하고 사람들 사이에 긴장과 갈등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끊임없이 탐하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역사가 그러하듯 모든 전쟁과 파괴, 저주와 공격의 원인은 바로 갈등의 불을 지피고 이익을 얻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진정되어 가는 이제 우리 앞에 파도처럼 밀려오는 위기 속에서도 갈등과 혐오를 조장하고 부추기는 갈등산업은 성황 중하다. 군수산업, 후진적 정치체제와 일부 언론, 극단적 광신교 등 갈등에 기생하고 편승하여 차별을 강조하고 낙인찍고 편가르고 공포와 불안감을 확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사회에는 이념, 소득, 지역, 종교에 이어 세대(나이)와 젠더갈등까지 실로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지난해 전경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의 갈등지수는 OECD 30개국 가운데 최상위권이지만, 갈등관리 능력은 27위라고 한다.
첨단기술과 거대자본의 위력과 영향력은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잘못된 신념과 광기를 멈출게 할 인간의 예지와 집단지성, 진지한 고백과 성찰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인간은 점점 왜소해져 가는 것만 같아 안타깝다. 지금처럼 갈등 관리 능력은 약해가고 갈등 생산은 나날이 커지고 확산되어 간다면 우리에게 또다른 코로나19나 전쟁과 같은 끔찍한 재앙이 오지 않을까?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이 마음의 전염병, 바로 갈등 바이러스이다.
오형민 부천대 비서사무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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