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가 대통령 시정 연설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 본회의장 입장을 단체로 거부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 연설 청취 거부였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시정 연설 청취 보이콧은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윤 대통령은 169석이 비워진 가운데 연설했다. 이날 시정 연설은 내년도 예산안의 방향과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그 중요한 행사를 외면한 민주당은 본회의장 밖에 있었다. 민주당은 앞서 대통령이 입장할 때도 침묵 시위를 벌였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것은 윤 대통령의 사과다. 해외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을 사과하라고 했다. 한 방송이 불 지핀 논란인데 실체적 진실이 확정되지도 않았다. 당초 핵심 주장도 ‘국회 모독’이 아니라 ‘바이든 모욕’이었다. 종북 주사파 발언도 사과 요구 대상이다. 이 역시 ‘종북 주사파라면 민주당을 칭한 것일 것이다’라는 가정을 전제하고 있다. 검찰과 감사원의 수사·감사는 애초 대통령 사과의 대상도 아니다. 결국 다수 국민의 동의를 받지 못한 파행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 경기도의회도 파행을 이어갔다. 경기도와 도교육청의 추가경정예산안 심사 불발이다. 지난 21일 제 364회 원포인트 임시회가 열렸다. 추경안 처리를 위한 회의였다. 여기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갈등을 빚었다. 직접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쪽은 국민의힘이다. 추경 처리를 위한 도 집행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버스 유류비 지원 사업과 관련된 설명을 민주당에만 했다는 점도 비난한다. 억지 냄새가 풍긴다.
추경안 하나하나는 도민 삶과 직결된다. 지역화폐 발행예산 385억원이 있다. 고금리 대출을 사용하는 저신용, 저소득자 지원을 위한 대환 대출 예산 114억원도 있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121억원도 처리할 대상이다. 남양주 화도~운수 확포장 사업 200억원 등 장기 미추진 SOC사업 예산도 포함돼 있다. 모든 예산이 특정 계층 도민 또는 특정 지역 도민에게는 한시 바삐 지원돼야 할 예산이다. 이 중요한 사업들이 집행부를 길들이는 볼모로 쓰이는 모양새다.
파행의 원인을 무조건 탓하려는 건 아니다. 시정연설을 거부해야 한다고 믿는 국민도 있다. 임시회 파행에 이유가 타당하다고 여기는 도민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치 파행 자체를 정당화할 정도는 아니다. 시정 연설을 거부할 만큼의 대통령 잘못이 아니고, 추경안을 팽개칠 정도의 경기도 잘못이 아니다. ‘국민이 정치 걱정을 하는 나라’라는 자조가 있다. 지금이 딱 그 격이다. 도민이 국회 파행·도의회 파행을 걱정하게 만든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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