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과천 중심상권 ‘경고음’... ‘탈출각’ 재는 상인들

1980년대 형성 별양·중앙동 상권, 코로나에 재건축 이주... 침체 가속
최대 50% 세일 문구에도 ‘찬바람’... 상인회장 “앞으로가 더 걱정” 한숨

image
25일 오후 과천시 별양동 중심상권에 위치한 지하 식당가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주현기자

“30여년 동안 식당을 운영했습니다. 하지만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25일 오전 11시30분께 과천시 별양동 제일쇼핑. 김밥가게를 운영 중인 장모씨(58·여)는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반 토막 났다”며 “상권을 지탱하던 주요 고객층이 재건축에 따른 이주 등으로 최근 다른 곳으로 빠져나갔다. 현재 생활에 큰 지장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다른 상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별양동 새서울프라자 상가에 있는 가게마다 ‘최대 50% 세일’, ‘폭탄 세일’ 등의 문구가 걸려 있지만 상가 내부는 썰렁한 모습이 역력했다.

이곳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김모씨(66)는 “평일에는 아예 손님이 없어 겨우 주말 장사로 버티고 있다”며 “하지만 주말에도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더 추워지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과천상권 위기감은 상인들의 입에서부터 나왔다. 별양동 상인 2명 이상이 모이면 인근 도심으로 이른바 ‘탈출각’을 재고 있다는 말을 농담 삼아 했다.

지역 상인회 관계자에 따르면 별양동과 중앙동 등 과천 중심상권이 1980년대 형성되기 시작해 40여년간 이어졌지만 도심과 상권이 낙후되고 상권 분산, 경기 침체, 유동인구 감소 현상 등이 나타나면서 더욱 침체되고 있다.

갈현동에 조성 중인 지식정보타운과 렛츠런파크, 서울대공원, 국립현대미술관, 국립과천과학관 등 주거·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이들 모두 외곽에 위치하면서 원도심 상권으로 유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방위사업청 대전 이전 계획이 확정돼 떠나는 정부기관이 하나 더 늘었다. 여기에 별양·중앙동 상권의 주요 고객층인 과천 주공4·5단지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주민 수천명이 이주를 시작해 당분간 과천 중심 상권은 찬 바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희용 제일쇼핑상인회장은 “과천 중심 상권인 별양동 중앙동의 주요 고객층이던 정부청사, 주공4·5단지 등이 전부 이전하면서 손님이 뚝 끊겨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며 “과천에는 관광자원이 많지만 원도심 상권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고 즐길거리, 볼거리 등 콘텐츠가 없어지면서 활기가 예전만 못하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위기의 과천 중심 상권 상가 공실 수두룩... 지역경제 수년째 ‘침체의 늪’

과천청사 이전으로 100곳 넘게 문 닫고, 상권 지탱했던 주변 아파트단지 재건축 

상인들 어려움 토로 “해결안 마련해야”... 市 “상권 활성화 다양한 지원 대책 추진”

과천시 중심 상권이 위기에 놓였다. 엔데믹 시대가 본격화됐지만 ‘코로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과천청사에 입주해 있던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한 데다 여기에 상권을 지탱했던 주변 아파트단지가 재건축으로 이주를 시작하면서 타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대로 가면 과천 상권이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경고음까지 나온다.

과천 중심 상권인 별양·중앙동에는 점포 226곳이 영업 중이다. 이 가운데 현재 24곳이 비어 있는 상태다.

상인들은 코로나19가 한풀 꺾이면서 상권이 살아난 듯했지만 상권 낙후와 방위사업청 이전, 오피스 공실, 재건축으로 인한 이주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과천지역 경제는 정부과천청사 공무원이 견인했었다. 6천명에 가까운 공무원들이 점심과 저녁 마트에서 장을 보기 때문에 과천지역 경제를 지탱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정부과천청사 세종시 이전으로 과천지역 경제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실제 과천청사 이전으로 100곳이 넘는 업소가 문을 닫았다.

여기에 지난 2018년 과기부 이전, 재건축으로 인한 주민 이주 등이 이뤄지면서 과천지역 경제는 수년째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시 과천 사회단체들은 “과기부 이전으로 과천 주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과천시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이낙연 국무총리가 2018년도에 약속한 과천청사 유휴지 개발과 중앙공무원 인재개발원에 한국예술종합대 유치, 국토부 때문에 10년 넘도록 추진이 안 되는 과천 복합문화관광단지 조성사업 등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으나 아무 지원도 이뤄지지 않았다.

과천청사 이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과천시와 시민들은 과천청사 이전에 앞서 과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브랜드 마크를 형성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과천정부청사가 이전하면 도시공동화와 지역경제 침체는 물론 시의 존립과 생존에 심각한 타격이 올 것”이라며 “정부는 과천 시민의 혼란과 불안 등을 불식시키고 공동화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 달라”고 요구했었다.

특히 “대책 마련에 앞서 현재 계류 중인 ‘정부과천청사 이전에 따른 과천시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조속히 의결돼야 한다”며 “과천시와 시의회는 과천특별법이 조속히 의결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과 정치력을 발휘해 달라”고 주문했으나 무엇 하나 결실을 맺은 게 없었다.

최근에는 방위사업청이 대전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확정됐다. 여기에 별양·중앙동 상권의 주요 고객층인 과천 주공4단지(1천100가구), 5단지(800가구) 등의 재건축이 본격화되면서 주민 수천명이 지난달부터 이주를 시작하는 바람에 상권이 붕괴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천에서 20년간 식당을 운영 중인 K씨는 “과천지역 음식점은 일식부터 분식점까지 음식 가격에 관계없이 장사가 되지 않고 있다”며 “서민의 대표적 음식인 짜장면 손님조차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과천시는 과천 상권 쇠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여러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과천 중심상업지역은 정부과천청사 공무원들의 이용률이 높았는데, 정부청사 부처 6곳이 세종시로 이전하면서 소상공인들이 심각한 운영난을 겪고 있다”며 “원도심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수립해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천=김형표·박용규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