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보는 국민마저 질식하게 만든 악몽같은 사고였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을 앞두고 최소 수만명의 인파가 몰린 현장이었다. 목격자들은 이태원 중심에 있는 해밀톤 호텔 옆 내리막길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폭 4m 정도의 좁은 길이다. 오후 10시가 넘어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전한다. 이후 걷잡을 수 없이 압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지옥이었다. 곳곳에서 질식 당한 피해자들이 쓰러져 있었다.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심폐소생술을 폈으나 턱없이 손이 부족했다.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슴압박, 인공호흡에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망을 알리는 천이 곳곳에서 덮여졌다. 희생자들 대부분이 20대로 알려지고 있다. 이날 이태원 일대에서는 핼러윈을 앞두고 다양한 파티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이를 보기 위해 몰려든 20대 젊은이들이 희생된 것이다.
더욱 초조하고 고통스러웠던 이들이 있다. 서울 지역에 사는 20대 자녀를 둔 부모들이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안부를 묻는 전화가 밤새 빗발쳤다. 사상자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서 가족들의 가슴은 더 타들어갔다. 서울시가 전화 20개 회선을 통해 실종자 접수를 받았지만, 20대 자녀를 둔 가족의 고통은 밤을 꼬박 새웠다. 20대 희생자 상당수가 1990년대 후반 또는 2000년대 초반 출생이다. 안 그래도 씨랜드, 세월호의 상처를 가슴에 안고 가는 세대다.
씨랜드 사건은 1999년 6월30일 새벽에 일어난 참변이다. 화성군 서신면 백미리(현 화성시 서신면 백미리)에 있는 청소년 수련시설 ‘놀이동산 씨랜드’에서 발생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났고, 잠자고 있던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4명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 생각하기도 참담한 이 사건의 희생자 유치원생 19명은 5세 전후로 1993~1994년 전후생들이었다. 또래 자녀를 둔 전 국민들이 눈물로 이 사고를 지켜봤다.
그 ‘90년대생’들이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세월호 사고가 났다. 2014년 4월15일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에 배가 침몰한 참변이다. 탑승객 476명 가운데 172명만이 생존했고, 304명이 사망·실종했다. 희생자들은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1996~1998년생들이다. 우리 역사에 남은 최악의 인재로 기록된 사고다. 당시 사고로 전국의 90년 중반 출생 학생들과 또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아야 했다.
안 그래도 1990년대생들은 한국사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깝게는 코로나 팬데믹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 취업난 등의 고통을 그대로 맞고 있다. ‘부모보다 못살게 되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받아든 것도 이들이다. 이들 앞에 왜 자꾸 이런 참혹한 역사가 나타나는지 모르겠다.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