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최자 없는 집단행사도 안전관리시스템 마련해야

15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압사 참사는 인파 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예고된 재앙이었다. 대참사의 주원인으로 안전관리 주체가 없었다는 점이 지적됐다. 10만~13만명이 운집하는 대규모 축제에 안전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대부분의 행사는 주최나 주관이 있어 안전 문제를 책임진다. 그러나 핼러윈이나 크리스마스 축제같은 경우 특별한 주최자가 없어 안전관리에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번 이태원 참사도 좁은 골목에 10만명 이상이 몰렸는데 이를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가 인파를 통제했다면 참극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주최자 없는 축제’여서 피해를 키운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와 용산구, 경찰의 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 사흘 전 경찰과 구청 등이 모였지만 클럽·주점 내 성범죄 예방과 마약단속 등 치안 위주 활동만 논의했다. 군중 밀집에 따른 대피로 설치나 안전관리 인력 배치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자칫 대형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만 했어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핼러윈 축제의 주최자가 없어 안전관리가 제대로 안 됐다는 설명은 궁색하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는 안전대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20만명이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던 2017년 핼러윈 당시 경찰은 도로 인근에 폴리스 라인을 설치해 보행자 통로를 넓히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다.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사고 전날에도 10만명 가까운 인파가 몰려 시민이 넘어지는 등 사고 조짐이 있었다. 위험 요소가 있는데도 치안과 방역에만 신경 쓰고, 군중 밀집 대책이 소홀한 점에 대해 관련 기관은 반성해야 한다. 또 압사 참사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주최자 없는 행사나 축제의 안전을 어떻게 관리하고 책임을 질 것인지 원칙을 세워야 한다.

당정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도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도록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1일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입법에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자체도 다중밀집 행사의 선제적 안전관리를 위한 조례 제정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들도 이번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더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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