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블루’ 집단 트라우마, 적극적 심리지원 필요하다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많은 국민들이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156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를 접하고 슬픔과 분노, 불안, 공포, 우울감 등을 느낀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집단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태원 참사가 2014년 일어났던 세월호 참사처럼 국가적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도심에서 발생해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사람이 많은 데다 사고 영상과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재현돼 심리적인 충격을 받은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정보기술(IT) 강국이자 초고속 통신망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인 한국에서 이태원 참사의 걸러지지 않은 참혹한 영상이 퍼지면서 이를 본 많은 이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는 한국인들이 참사 이후 온라인으로 전파된 끔찍한 장면들을 접하며 공포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전하면서, 초고속 인터넷망이 잘 깔려 있고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 이런 일이 일어나기 쉬웠다고 했다.

실제 극심한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며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생존한 환자는 마치 시공간을 초월해 아직도 현장에 계속 있는 듯한 ‘재경험’ 증상을 호소한다. 숨쉬기 힘들다거나 불안·공포감, 불면증이 많다고 한다. 유가족과 부상자, 구조요원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심리적 충격도 크다. ‘이태원 블루’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울감과 무기력, 불면 등으로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는 이가 상당수다.

트라우마 증상도 골든타임이 있다. ‘저절로 나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안 된다. 증상이 계속된다면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섬세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태원 참사는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밀집해 모이는 익숙한 장소에서 벌어졌기 때문에 불안과 공포가 더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로 인한 국민들의 사회적 고통과 트라우마가 과거 세월호 참사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주변에서 서로를 돌보고 빠르게 치유받도록 돕는 ‘사회적 연대’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국가트라우마센터에 심리지원단을 설치해 심리상담에 나섰고 위기상담전화 등 여러 채널을 가동키로 했다. 또 국민의 심리 안정을 위해 운영해온 ‘마음안심버스’를 서울시내 분향소 외에 전국 각지의 분향소 인근에서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개인차가 있지만 심리적 충격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세월호 유족의 상당수가 지금도 심리 지원을 받고 있다. 집단 트라우마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심리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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