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고나면 좋아져 있는 용인지역 도로/시민 입장에서 본 행정의 결과다

용인특례시장과 오산시장이 ‘도로 합의’를 했다. 두 도시의 도로망 확충을 위한 의견 일치다. 국지도 23호선 안성 양성~용인 남사 구간 확장과 국지도 82호선 화성 장지~용인 남사 구간 확장이다. 앞서 ‘고기교 합의’도 있었다. 다리의 3분의 1이 용인, 3분의 2가 성남 관할인 작은 다리다. 두 지역의 이견으로 10여년을 끌어오던 난제였다. 둘 모두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도로 행정은 다른 곳에 있다. 소문 없이 펼쳐지는 작은 행정이다.

성복동 버들치 마을 사거리는 주민의 원성이 자자했다. 좌회전 대기 차량이 많고, 버스정류장까지 붙어 있었다. 시가 중앙선을 연장했고 중앙분리대 14m가량을 철거했다. 문제가 해결됐다. 죽전동 죽전교차로 인근도 주민의 불편이 컸다. 상가를 오가는 주민들의 고통이다. 시가 이곳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해결됐다. 죽전역 인근에 단국대 셔틀버스 전용 승하차구역이 이전 설치됐다. 시가 했다. 학생들이 길을 건너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게 됐다.

고기동 315-4 일대 도로는 사고 위험이 높았다. 경사가 심한 내리막길에 최근 교통량까지 늘었다. 주변에 고령의 주민들이 이용하는 공원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있다. 시가 이곳에 노인보호구역을 설치했다. 현재 도로 확포장 공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곳이다. 공사가 완료되면 구역 표시를 다시 해야 한다. 예산 낭비 지적이 있을 수 있다. 시 담당자의 입장이 확고하다. “다시 설치하더라도 주민들이 겪는 현재 위험부터 막아야 한다.”

중앙분리대 조금 잘라내고, 버스정류장 약간 옮기고, 횡단보도 새로 설치하고, 노인보호구역 그려주는 일이다. 약간의 예산으로 할 수 있다. 하루 이틀이면 끝낼 수 있다. 이런 작은 작업이 주민에게 주는 만족도가 대단히 높다. ‘어느 날 보니 길이 편해졌다’며 좋아한다. 아주 작은 사고의 전환이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 ‘시민의 입장’에서 도로를 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수해로 난장판이 된 고기교 위에서 이상일 시장이 강조했던 것도 이거였다.

지금의 지방 행정은 도로 행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도나도 도로 공약을 내건다. 도로 신설하겠다고 하고, 철도 끌고 오겠다고 하고, 터널 뚫겠다고 한다. 유권자도 덩달아 도로 행정에 몰입되고 있다. 그런데도 시민의 불편 민원 1호는 여전히 도로다. 원인은 하나다. 시민의 입장에서 보지 않는다. 있는 도로를 다듬고, 손보고, 고쳐 나가야 하는데 이걸 안 한다. 표(票) 되는 거창한 사업에만 몰두해서다. 그런 이들에게 보여줘야 할 ‘용인 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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