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남청라IC 쪽으로 가다 보면 허허벌판 위에 낯선 타워빌딩을 보게 된다. 인천로봇랜드 개발사업의 유일한 결과물인 로봇타워다. 인천로봇랜드는 청라국제도시에 로봇산업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야심찬 사업이다. 그러나 사업 착수 13년째지만 텅빈 벌판의 로봇타워처럼 성적표는 초라하다. 시민세금을 출자한 사업주체는 머잖아 자본잠식이 걱정이고 해마다 타워운영비까지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세금 먹는 하마’만 키워 놓은 셈이다. 반면 같이 시작한 대구시는 세계 유수의 로봇기업들이 들어와 로봇 선도도시를 자처하고 있다.
인천시는 2009년부터 서구 청라동 100의80 77만여㎡에 로봇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인천로봇랜드 사업을 벌여 왔다.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는 로봇산업진흥시설과 로봇테마파크 등이다. 사업 추진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인천로봇랜드를 설립했다. 인천시는 2009년 80억원, 2017년 20억원 등 100억원을 출자했다. 민간투자자인 ㈜한양과 ㈜두손건설도 같은 금액을 출자했다. ㈜인천로봇랜드가 투자자와 기업 유치를 전담하는 계약구조였다. 그러나 투자나 기업 유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자 시는 2014년 1단계 공익시설부터 건립했다. 국비와 시비 900억원을 투입한 로봇타워와 로봇R&D센터다. 그러고는 더 나아간 것이 없다. 그 사이 출자금은 바닥이 나고 사업부지 소유주인 인천도시공사(ih)는 토지보유세만 130억원을 물었다고 한다.
13년이 지나고서야 첫 단추부터 잘못 채웠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애초에 로봇산업 클러스터 조성에 대한 고민은 없이 부대시설 확장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정부 공공투자관리센터의 예비타당성 조사 보고서에도 나온다. 요지는 로봇랜드 사업을 뜬구름 잡기가 아니라 보다 현실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로봇테마파크는 수요 창출이 불확실하고 민간자본 유치도 실패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 대구시는 기업 유치와 인프라 구축부터 공을 들였다. 그 결과 현대로보틱스, 야스카와전기, ABB 등 글로벌 로봇기업 5개사가 들어와 갈수록 시너지를 내고 있다. 인천시와 대구시 간의 업무추진 역량의 격차인가. 최근 인천시의회에서 ㈜인천로봇랜드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시가 직접 기업 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간사업자가 기업 유치 의무를 다하지 못했으니 해지 요건이 된다는 것이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했더니, 청라시티타워 사업과 판박이로 흘러간다. 밑빠진 독처럼 시민 세금은 줄줄 새지만, 책임질 사람도 책임을 물을 곳도 없다. 민간기업이라면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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