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은밀하고 교묘하게...숨막히는 학교폭력

최근 언어폭력·불법촬영 등 ‘비일비재’ 눈에 쉽게 띄지 않고... 처벌도 미미해
확실한 선도·교화, 합당한 처벌·책임 필요-피해자 보호... 안전한 울타리 조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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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현 안산 상록고

학교 진로 시간에 자살 방지 프로그램을 접하면서 청소년 자살의 원인 중 하나가 학교폭력이라는 사실을 알게된 후 본 영화 ‘우아한 거짓말’. 영화를 보고 원작이 궁금해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어 봤다. 영화의 원작은 2009년 11월 김려령 작가가 출판한 책이다. 이 책은 평범한 중학생 천지가 붉은 실에 목을 매 목숨을 끊으면서 시작된다. 남은 가족인 엄마와 언니 만지는 천지의 죽음이 붉은 실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아내면서 그동안 몰랐던 천지의 모습들을 알게 된다. 마냥 조용하고 착해서 문제없는 아이로 여겨지던 천지는 사실 생전 동급생 화연에게 오랫동안 교묘한 괴롭힘을 당하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 책은 학교폭력과 무관심에 대한 씁쓸한 내용을 다룬다.

학교폭력은 수년 전부터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2022년인 지금 역시도 그렇다. 그렇다면 책이 출판된 2009년부터 13년이 지난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불과 1년 반 전인 지난해 4월,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A양이 학교폭력을 호소했다. A양은 폭력과 금품 갈취 등의 학교폭력을 당했고 정신과도 방문해 치료를 받을 정도로 후유증을 겪었다. 가장 두려운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가해자인 B양을 언급하며 감옥에 가두고 싶다고도 답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10년 대구에서 학교폭력을 당하던 중학생이 여러 장의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사건과 2020년 9월 부산에서 동급생의 언어폭력과 불법 촬영 등의 학교폭력으로 피해자가 자퇴한 사건 등 학교폭력은 오늘날에도 비일비재하다.

요즘 학교폭력은 대놓고 때리고 협박하는 폭력보다는 친구라는 이름하에 행해지는 언어폭력이나 불법 촬영 등 교묘하고 악랄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렇기에 눈에 쉽게 띄지도 않고 처벌도 어렵거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앞서 말한 부산 학교폭력 사건은 학교 관계자들의 책임 없는 언행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에게 고작 10일간의 출석 정지를 내린 데다 학생들이 반성하고 있고 선도위원회는 처벌보다는 선도가 목적이라는 궤변을 늘어 놨다. 피해자의 부모가 교사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가해자들의 반 이동을 원했지만, 교사는 이를 거절한 뒤 피해자의 고소 이후에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이 친구인 줄 알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끊임없는 학교폭력 발생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어서 처벌보다는 선도와 교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은 이해하지만, 선도와 교화는 제대로 이뤄지고 있을까. 단순한 출석 정지는 어떤 선도와 교화를 목적으로 낸 대안인 것인가.

물론 가해 학생은 아직 성숙하지 못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없는 미성년자다. 그러나 피해 학생도 마찬가지다. 성숙하지 못한 몸과 마음에 남는 상처는 더 크고, 더 아프고, 더 오래가는 법이다. 학교폭력은 미성년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다른 범죄보다 더 큰 후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는 위험한 폭력 양상이다. 확실한 선도와 교화, 그것이 안 된다면 확실하고 제대로 된 처벌로 다스림으로써 피해자는 철저히 보호하고 가해자는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하는 학교 정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그에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청소년기부터 철저하게 알게 해준다면 보통의 평범한 학생들에게 학교는 안전하고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는 멋진 울타리가 될 것이다.

최보현 안산 상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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