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다. 충격도 이런 충격이 없다. 경기도청 공무원이 마약 사범이었다. 그것도 중간 간부직이라 할 7급 공무원이다. 이 기가 막힐 일이 터진 곳은 호주다. 시드니 공항에서 10월8일 국경수비대에 체포됐다. 책과 가방 속에 코카인 2.5㎏을 밀반입하려고 했다. 한화 약 7억원 상당의 코카인이다. 시드니 영사관이 4일 경기도에 통보해 왔다. 경기도는 즉시 직위해제했다고 밝혔다. 호주는 마약 사범에 대한 처벌이 엄한 나라다. 최대 종신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다.
적발된 코카인은 코카나무의 이파리로 만든 마약이다. 강한 각성 효과와 중독성을 갖고 있다. 한번 주입하면 15분에서 30분 정도 효과가 지속된다. 지속 시간이 대단히 짧은 편이다. 중독성이 강해 계속 찾게 되고, 효과 지속이 짧아 대량으로 거래하게 된다. 이 점 때문에 ‘돈이 되는 마약’의 대표적인 거래 물품이다. 해당 공무원의 행위가 상습 거래의 일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구체적인 범죄 사실은 향후 호주 당국의 추가 발표를 있어야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약 청정국이란 평가가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건 오래다.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음이 개개 사건 때마다 확인되고 있다. 경기도청 소속 공무원은 2천명을 훨씬 넘는다. 개인적 범죄까지 도 전체 책임을 묻는 것은 과하다. 하지만 해당 공무원의 체포 이후 행적과 관련된 근태 행정이 석연찮다. 현지에서 체포된 것이 10월8일이었다. 현지 영사관이 경기도에 통보한 것이 11월 4일이다. 직위해제는 그 직후에야 이뤄졌다. 이 과정에 대한 도 관계자의 설명이 이렇다.
“A씨가 휴가를 낸 뒤 복귀하지 않아 결근 처리를 해왔고 대략적인 내용은 파악했는데 최근 시드니 영사관에서 경기도에 관련 공문을 보내 왔다.” 두루뭉술해서 도무지 맥락을 알 수가 없다. 휴가를 며칠 짜리를 냈는지, 결근 처리는 언제부터 했는지, 이런 결근 상황이 정당하게 보고됐는지가 다 의문이다. 내용을 파악했다는 설명도 그렇다. 영사관 통보가 온 4일 이전에 알았다는 건지, 그때 알았다는 건지, 가족 등을 상대로 사태 파악을 해봤다는 건지 명확한 게 하나도 없다.
난데 없이 쓰게 된 ‘마약 경기도’ 오명이다. 밝혔듯이 개인의 일탈 범죄를 경기도 전체로 몰고 가선 안 된다. 하지만 소속 공무원이 호주에 구금돼 있던 한 달간, 경기도 근태 행정은 어땠는지는 분명히 확인하고 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원칙과 규정에 어긋난 처리가 있었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 도대체 근태 행정이 어떻길래 현직 경기도 공무원이 일본 호주를 오가며 마약 운반을 하다가 체포를 당하나. 오늘 ‘경기도’를 치면 뜨는 연관 검색어는 ‘경기도청 마약’이다. 이 무슨 망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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