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의 책임 큰 도의회 늑장 처리/같은 보수 교육감마저 걱정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추경예산안 처리가 또 불발했다. 이번엔 김동연 지사의 핵심 사업 이견이다. 수도권광역 급행철도(GTX) 플러스 기본구상 용역 12억원과 사회적경제원 설립 준비 3억8천500만원,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연구용역 5천만원 등이다. 본예산도 아닌 연구 용역 예산이다. 사업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국민의힘의 방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지난 9일 계수 조정 작업을 했지만 결론을 못 냈고, 본회의는 무산됐다.

잘될 줄 알았다. 앞서 6일과 7일 양당 대표가 추경안 심의 재개를 위해 전격 회동했다.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지만 지난 8일 제동이 걸렸다. 비공개인 추경안 처리 일정을 알리는 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가 도의회 내부에 돌면서다. 다시 지난 9일 추경안 심의가 재개되면서 추경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또 불발된 것이다.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양당이 합의만 하면 곧바로 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향후 일정을 전망하기 어렵다.

도의회 파행이 가져오는 도정 파국은 누차 제기된 바 있다. 도의회와 도집행부가 직결되는 데 따른 당연한 우려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긴박한 피해가 있었다. 바로 경기도 교육 행정의 파국이다. 당장 내년에 개교해야 할 학교 6곳 공사가 중단되게 생겼다. 수원 망포2초, 평택 고덕3중, 평택 동삭중, 광주 능평초, 광주 태전중, 하남 감일1중이다. 이들 학교에 줘야 할 올해 공사비 214억원이 붕 떠 있다. 공사비 분납까지 생각했으니 이는 불법이다.

직접 피해를 보게 될 학생만 3천185명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하는 게 인근 학교로의 분산 배치다. 기본적으로 주변 학교가 학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추진되는 게 학교 신설이다. 과밀학급으로 인한 피해가 자칫 인근 학교에까지 번질 수 있다. 걱정은 또 있다. 아이들의 먹거리, 학교급식이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급식비용 부담이 커졌다. 교육청은 일단 학교 운영비로 급식비를 충당시켜 왔다.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 편법도 한계에 도달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기자간담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추경이 안 되면 정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조속하게 추경안이 처리돼야 한다.” 당도 진영도 떠난 교육 현장의 목소리 그대로다.

경기도의회 추경안 처리 파행이 예산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면 이해된다. 도지사의 역점 사업에 대한 견제도 정치적 판단이니 뭐라 할 것 아니다. 그러나 이번 장기 파행의 기본 출발과 요인은 다른 데 있다. ‘일방 보고’니 ‘문자 유포’니 하며 신경전으로 일관해온 단순 힘겨루기다. 그런 명분 없는 갈등이 도정을 발목 잡았고, 이제 학생들을 위한 교육 행정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건 당리(黨利)나 당략(黨略)도 없는 그냥 싸움을 위한 싸움이다.

애들이 굶을 판이고, 학교 못 갈 판이라는데. 같은 보수 진영인 임태희 교육감이 거짓말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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