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노포의 경영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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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 청운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서민들을 어렵게 하고 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도에 비해 5.7% 상승했다. 특히 외식업물가는 지난해보다 8.9%나 올라 서민들의 주머니를 더욱 가볍게 하고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의 식당도 얼마 전 학식 가격을 500원을 인상해 5천~5천500원이 되었다. 그래도 캠퍼스 밖에 비하면 싼 가격이어서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학교 식당을 감사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저녁이다. 교내식당에서 저녁은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간 수업과 연구 때문에, 학교에 있어야 하는 날에는 어쩔 수 없이 학교 밖 식당을 이용하는데 외식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특히 더치페이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세대는 여럿이 식사하는 것이 은근히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을 해결하기 위해 구도심에 위치한 중국집 노포를 방문했다. 그런데 이 식당은 메뉴가 일반 중국집과는 달랐다. 기본 메뉴는 짜장면, 우동, 짬뽕, 볶음밥뿐이었다. 그 외 확장 메뉴로 간짜장, 짬뽕밥, 새우볶음밥이 다였다. 7, 8개에 불과했다. 그 흔한 탕수육도 없었다. 그 대신 가격은 착했다. 우리 학교 근처보다 1천원 이상 저렴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거창하게 경영학 이론을 끌어다 대지 않아도, 대표님은 전략적 결정을 한 것이다. 식사 후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대표님은 불경기를 이겨내기 위해 20개가 넘던 메뉴를 과감하게 줄이고 핵심 메뉴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하신다. 단가가 낮아지는 대신 회전율을 높여 수익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나는 다음 날 학교 수업에서 이 노포의 사례를 학생들과 공유했다. 인플레이션의 시대, 모두가 가격을 올릴 때 부득이하게 같아 따라 올리기보다는 원가절감 요인을 찾아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 가게가 노포가 된 이면에는 대표님의 전략적 현명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중국집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 있을 것 같다.

김재호 청운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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