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성남시의료원, 시민 위한 필수 의료기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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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연구실장

2003년부터 시작된 성남시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을 둘러싼 논쟁은 20년이 되는 2022년 현재에도 진행형이다. 어쩌면 이 논쟁은 성남지역사회에서 해결되지 않는 ‘영원한 핫-이슈(hot issue)’로 남아있게 될지 모른다. 따라서 「성남시의료원이 성남시민에게 ‘꼭’ 필요한 의료기관인가?」라는 의료수요자(성남시민) 측면에서 논점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2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의료)자원은 유한하다’라는 경제 측면이다. 즉 성남시 재정은 유한하기 때문에 만약 성남시의료원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재정이 투입된다면 그만큼 성남시민을 위해 다른 곳에 쓰일 돈은 부족해 질 수 있다.

둘째, ‘사회의료보험(social health insurance, 우리나라 제도 명칭은 건강보험)’ 제도 아래에서 공공의료기관이나 민간의료기관 모두 ‘공공의료’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의료수요자 입장에서는 의료기관을 공공이냐 민간이냐로 구분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측면이다.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가 공공과 민간 중 어느 곳에서 생산되든 간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법 제42조 제5항에 따른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으로 그 의료서비스를 구매(법 제45조 제1항에 따른 ‘환산지수 계약’, WHO나 OECD 보고서는 purchasing이라고 표현)하여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WHO(사회의료보험제도 개발 지침서, 2009)는 우리나라처럼 사회의료보험 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지 않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가에게 “사회의료보험이 잘 발달되어 있는 나라는 굳이 국가 소유의 공공병원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사립고등학교(2022년 약 40%)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사교육(또는 교육민영화)이라고 하지 않고 공교육이라고 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건강보험과 마찬가지로 사립학교 교사의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를 국가가 부담(구매)하여 국민에게 제공).

이제 논쟁의 핵심을 짚어보기로 한다. 먼저 성남의료원은 이미 2016년에 설립되었지만 다시 한번 ‘설립’의 의미를 톺아보고자 한다. ‘설립’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병상(bed)이라는 의료자원이 성남시민에게 부족한가 아니면 넘쳐나는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성남시립병원 설립 운동이 성남지역사회에서 전개되던 2004년의 성남지역은 병상공급과잉지역으로 분류되었다(한국보건산업진흥원, 2004). 또한 2019년말 현재 통계청 등의 자료에 따른 성남지역의 ‘인구천명당 병상수 지표’는 10.4개이며, 이는 경기도 31개 기초자치단체 중 성남시 인구 규모와 비슷한 도시인 수원시(9.6개), 고양시(11.8개), 용인시(7.9개) 등과 비교할 때 부족하다고 볼 수 없다(요양병원 등의 병상을 제외한 급성병상기준 지표는 용인 2.5개, 수원 5.3개, 고양 5.6개, 성남 7.1개).

다음은 성남의료원의 ‘운영’의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의료서비스 제공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의료의 질(quality)’이며 그밖에 조직(의료기관 설립 형태), 진료비 등은 수단에 불과하다”는 WHO보고서(네덜란드 의료개혁, 2021)는 좋은 참고가 된다. 의료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의료인력이다. 즉 명의(名醫)라고 불릴 수 있는 의료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성남시의료원은 유능한 의료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남의료원이 아무리 첨단 의료장비를 잘 갖추고 다른 민간의료기관보다 진료비를 조금 더 저렴하게 한다 하더라도 의료의 질이 확보되지 않아 의료수요자(성남시민)에게 외면을 받으면 운영의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설립의 의미도 없다.

서두에 말했지만 성남지역사회에서 성남의료원에 관한 논쟁은 현재 진행형이고 어쩌면 앞으로 영원하게 진행될지 모른다. 끝없이 진행될 이 논쟁이 좀 더 생산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이 되기 위해서는 성남시민(의료수요자)의 의료이용 실태 등에 대해 심층적으로 조사·분석할 필요가 있다.

성남지역사회의 의료자원(병상, 의료인력 등)에 관한 현황과 성남시민(의료수요자)의 의료이용실태(장애인, 의료급여수급자, 건강보험수급자 등으로 구분하여 의료기관 이용 현황(성남지역 및 성남외지역), 교통수단 및 교통비, 진료비(비급여진료비 포함))를 매년 조사·분석하여 공개하는 것은 논쟁자 간에 서로 신뢰하고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김정덕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연구실장·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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