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본격적인 새해 예산안 심의에 들어갔다. 국회의 가장 큰 권한 중 하나는 예산심의와 의결이다. 국회는 예산심의를 통해 정부의 정책을 견제하고 또한 새해 정부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지난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안조정소위를 가동해 예산심의를 하고 있는 과정을 보면 예산심의 역시 국정감사 시 제기됐던 여야 간 정쟁의 재판이 벌어지고 있어 과연 국회가 민생을 위한 국회인지, 여야 간 ‘기(氣)’ 싸움만 하는 전투장인지 우려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은 건전재정기조 확립에 역점을 뒀다고 하면서 전년 본예산 대비 5.2% 늘어난 639조원을 편성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25일 국회에서 행한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전 세계적인 고물가, 고금리, 그리고 강달러의 추세 속에서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커지고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졌음을 강조하면서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회의 새해 예산안 법정 기한은 12월2일이다. 불과 12일밖에 남지 않았으나, 국회에서 벌어지는 여야 간 정쟁에 의한 싸움을 보면 법정 기한 내 예산 통과는 고사하고 연내 처리도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벌써부터 정부는 물론 여당 일각에서는 초유의 ‘준예산’ 운운이 있을 정도로 여야 간 극심한 대결을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의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별 예비심사에서 정부 역점 사업 예산을 무차별 삭감하고 선심성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야당이 삭감하려는 대표적인 예산은 대선 공약이나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예를 들면, 대통령실 이전 예산, 정부가 추진하는 청년 우선 분양 등 공공 분양 지원 예산을 1조원 넘게 깎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이 주장해온 지역화폐 지원, 임대주택 공급 확대 같은 예산을 대폭 증액했다.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1조2천억원가량 삭감하고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5조원 이상 증액한 것이다. 때문에 여당은 국회법에 따라 여야가 이달 말까지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원안이 본회의에 부의되고 이마저 부결되면 올해 예산이 내년에 적용되는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검찰의 대장동 수사 등으로 여야가 극한적 대립을 하고 있지만, 새해 예산안 처리를 정쟁 도구로 삼으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당은 ‘준예산’운운하지 말고 야당에 대한 설득을, 야당은 무조건 윤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지 말고 협치정신을 발휘해야 한다. 초유의 ‘준예산’ 사태가 오면 국회는 민생을 저버린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국회는 정쟁만 하지 말고 예산안 심의에 최선을 다해 어려운 민생을 돌보기를 거듭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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