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택배 대리점주 자살 사건의 피고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은 19일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택배노조원 A씨에 대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2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도 함께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허위 사실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의 자살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범행 경위나 결과에 비췄을 때 피고인의 죄책이 무거우며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고 판시했다.
참담했던 현장은 지난해 9월 김포시 한 아파트 화단이었다. 40대 남성이 투신해 숨져 있는 상태로 발견됐다. 남성은 김포시 장기동 택배대리점 사장이었다. 과거 대한통운(현 CJ 대한통운)에서 택배 배송기사로 일하며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회사에서 성실함을 인정받아 2008년 대리점을 운영하게 됐다.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원인이 세상에 알려졌다. 수수료율을 9%에서 9.5%로 올려달라는 노조원들의 요구가 있었다. 이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지옥 같은’ 집단 괴롭힘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유서에서 “노조원 불법 태업보다 더한 업무 방해, 파업이 종료됐어도 더 강도 높은 노조 활동을 하겠다는 통보에 비노조원들과 버티는 하루하루는 지옥과 같았다”고 밝혔다. 참변 이후 확인된 노조원들의 집단 괴롭힘은 상상을 초월했다. SNS 대화방에는 숨진 사장을 향한 필설로 옮기기 어려운 욕설이 난무했다. ‘투쟁’ ‘대리점을 먹자’ 등의 선동도 있었다. 자살로 내몬 집단 괴롭힘이었다.
사회에 던진 파장이 컸다. 괴롭힘에 가담한 노조원을 구속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숨진 사장의 아내는 국회에 나와 그간의 괴롭힘을 증언하기도 했다. 이에 전국 택배 노조도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판결은 그 사건의 피고인 한 명에 대한 판결이었다. 적절한 형량이었을까. 판결문에 “유족들로부터 용서 받지도 못했다”는 부분이 있다. 피해자와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유족 뜻은 가해자 엄벌임을 알 수 있다.
집행유예 판결은 또 있었다. 지난 9월 인천지법도 또 다른 가해자 노조원에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 역시 자살한 사장을 집단으로 괴롭힌 범죄자 중 하나다. 당시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 이유는 이랬다. “피고인이 피해자 생전에 사과했고 피해자도 이해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지시를 보낸 점 등을 고려했다.” 사망에 이르기 전의 오간 메시지다. 그 후로도 집단 괴롭힘은 계속됐다. 극단적 선택은 그 이후 선택이다. 이 판결도 유족의 뜻과는 달라 보인다.
교통사고로 사람을 사망케 해도 합의가 없을 땐 실형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판결이 그렇다. 하물며 성실히 살던 40대 가장이다. 열심히 일해서 대리점까지 받았던 젊은이다. 희망에 들떴을 게 틀림 없는 그가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가정은 난데없이 파괴됐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이건 지옥’이라고 남겼다. 유족이 유일하게 기댈 곳이 법원 아니었겠나. 고인의 한을 풀어줄 마지막 희망이라 여기지 않았을까. 집행유예에 대한 유감이 그래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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