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닥거리.’ 음식을 차려 놓고 부정이나 살을 푸는 굿의 일종이다. 안 좋은 일이 계속해서 생길 때 ‘푸닥거리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한다. 지금 경기도 상황에 딱 맞는 말일 것 같다. 도 또는 산하기관 소속원들의 비위가 끊임없이 나온다. 비위 내용 하나하나가 어처구니없다. 여자 화장실 들어가 몰래 찍다가 걸리고, 마약 밀거래 하다가 해외에서 체포됐다. 비위 당사자의 직위도 구분이 없다. 산하기관 간부, 8급·7급 공무원에 3급 부이사관까지 구분이 없다.
김동연 지사가 사과했다. 소식을 접했을 도민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표했다.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에는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해 죄송하다’고 했다. 즉시 격리나 가해자 직무 배제, 직위 해제, 수사협조 등의 ‘엄중한 조치’도 밝혔다. 비위 엄단에 대해서도 ‘무관용 원칙으로 기강을 확실히 잡겠다’고 약속했다. 실국장 회의의 모두 발언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힌 입장이다. 그런데, 그 발표 직후 또 다른 산하기관 팀장 A씨의 성 비위 논란이 이어졌다.
큰 조직에서 개인의 일탈은 간혹 있는 일이다. 중요한 건 비위의 내용이다. 순간 일탈이냐 그 범위 밖이냐가 중요하다. 최근 경기도 공직 비위는 모든 면에서 중하고 심각하다. 엊그제 불거진 A팀장은 회식 자리에서 여직원들에 2차 술자리를 요구하며 신체 접촉을 했다고 한다. 기관 관계자가 자체적으로 조사반을 꾸려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번뿐이 아니라고 한다. 2019년부터 비슷한 신고가 계속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 어떻게 처리한 건가.
호주에서 체포된 7급 공무원은 마약 범죄다. 공무원 사회에서 들어 본 바 없는 전대미문의 마약 사건이다. 범죄 기간인 한 달 동안 무단 결근도 했다. 공직에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정부 기관 파견 중 성 비위에 휩싸인 공무원은 경기도 소속 3급 부이사관이다. 경기도에서 관련 비위 사건 중 최고위직이다. 비서실 공무원의 몰래 카메라 사건도 듣는 이 처음이다. 논평에 필설로 옮기기도 민망하다. 작금의 비위 사건 모두가 이해 못할 구석투성이다.
사과는 그만하면 됐다. 책임자로서의 본인의 과오를 인정했다. 도지사의 무과실 무한 책임이다. 본연의 업무에 충실한 다수 공직자에도 사과했다. 지휘관으로서 보여준 배려다. 주관적 영역인 ‘진정성’에 대한 이견은 있겠지만 이만하면 됐다. 지금부터 우리가 지켜볼 것은 당사자들에 대한 추상같은 엄벌이다. 솜방망이가 아닌 불방망이임을 보여야 한다. 아울러 조직에 대한 기강을 다시 세워야 한다. 비위에 이른 구조적 문제를 찾아 근본부터 고쳐 놔야 한다.
많은 도민을 실망시키고 걱정시켰다. 뒤처리는 당연히 그 도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사자 처리 결과가 공개돼야 하고, 재발방지책이 설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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