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의원의 후원회를 금지한 정치자금법 조항에 헌재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기본적으로 법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는 명령이다. 다만, 해당 조항을 즉각 무효로 만들었을 때 초래될 혼선을 막고 국회가 대체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시한을 정해 존속시키는 형식의 결정이다. 입법부가 법 개정을 하지 않는다면 심판 대상 조항-지방의원 후원회 금지 규정-은 2024년 5월31일 이후 효력을 잃는다. 어떤 경우든 다음 지방 선거 전에는 바뀌게 된다.
이 규정에 대한 헌법불일치 결정은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과 2019년에도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 그만큼 위헌적 요소가 다분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현행 정치자금법 6조는 후원회를 지정할 수 있는 사람을 지정해 놓고 있다. 국회의원(당선인 포함), 대통령 선거 후보자·예비후보자, 지역구 총선 후보자·예비후보자, 지방의원 후보자·예비후보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 등이다. 여기서 지방의회 의원은 제외된다. 이 차별의 근거가 없음이 선언된 것이다.
그간 지방 정치 현장의 원성은 컸다. 국회의원의 경우 정치자금의 상당 부분을 후원회로 충당할 수 있다. 매년 1억5천만원, 선거 당해에는 최대 3억원을 모금할 수 있다. 지방의원은 선거 출마 시에만 일부 후원이 가능하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도의원 선거 비용은 통상 5천만~6천만원 선으로 알려진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의해 임기 중 후원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3천만원 이내다. 국회의원, 대통령 등 모든 공직 선거에서 지방 의원만 이렇게 각박하게 묶어 놓았다.
이 규정의 부당함은 이번 헌재 결정문에도 정확하게 정리되고 있다. “지방의원은 주민의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통합해 지방자치단체의 의사를 형성하는 역할을 하므로 이들에게 후원회를 허용하는 것은 후원회 제도의 입법 목적과 철학적 기초에 부합한다”며 “국회의원과 달리 지방의원을 후원회 지정권자에서 제외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했다. 당연한 논지다. 만시지탄이다. 우리도 헌재 결정과 그 취지에 적극 동의한다. 조속히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
다만, 향후 개정 과정에서 감안해야 할 현실이 있다. 후원회 난립과 대가성 비리 우려 경계다. 이 역시 이번 헌재 결정에 소수 의견으로 잘 녹아 있다. “지방의원에게 후원회 설치·운영을 허용하면 대가성 후원으로 인한 비리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후원회 난립으로 인한 지역적 혼란이 야기되거나 주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후원회 지정권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지는 입법자가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 여기에 더하고 뺄 말이 없다.
지방 정치에 참여할 출구는 열어야 한다. 난립·비위가 끼어들 틈은 막아야 한다. 국회가 이번에 헌재로부터 받은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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