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축구의 매력에 빠지는 시간, 월드컵 기간이다. 축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랑곳없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승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선수들의 환희가, 때로는 허탈함이 ‘우리 팀’이라는 연대의식 아래 팬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진다.
월드컵을 통해 코로나19가 빼앗아간 함께 뛰고, 땀 흘리는 즐거움을 참으로 오랜만에 느껴본다. 누군가와 팀을 이뤄 스포츠를 즐겨본 것이 언제가 마지막일까.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라면, 특히 여성이라면 학창시절 이후 팀스포츠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속한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는 지난 2019년부터 꾸준히 여성 축구 동호인들을 지원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처음 그들을 접한 것은 대학생들이 중심이 된 여대생 축구 동아리였다. 체육전공자가 있는 학교는 형편이 괜찮은 편이었지만 체육학과가 없는 학교는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었다. 축구 규칙을 잘 몰라도, 경기에 가서 한 골도 못 넣어도,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의 낯선 시선에도 반짝이던 그들의 열정이 참 좋았다.
코로나19가 한창 극성이던 2020년 야외 운동장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아마추어 여성 동호인을 위한 축구대회를 열었다. 마이너한 취미를 가진 동호인들끼리의 연대, 자신들의 무대가 있음에 기뻐했던 그들의 모습이 잊히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다시 그들을 위한 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를 열어 보니 여성들의 스포츠 참여에 많은 변화가 있었음을 체감했다. 미디어의 영향과 땀 흘리는 여성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이전보다 많은 여성들이 팀스포츠와 격렬한 운동을 즐기고 있었다.
여성 축구 동호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처음 축구를 하러 가는 것이 너무 망설여졌다고. 시작하고 보니 축구를, 체육을 싫어한 게 아니라 낯설었던 것이라고. 유년 시절 운동에 대한 적은 경험이 여성들에게 스포츠의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든 것이다. 더 이상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 관중에 머물지 않고 직접 뛰겠다는 그들의 변화가 반갑다.
TV 프로그램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로 시작했던 여성 축구 동호인들의 변화는 여성 풋살화 판매량 급증이라는 객관적 수치까지 만들어 냈다. 이번 월드컵이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이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국 청소년은 운동하지 않는 것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통계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도 않다. 항상 생활체육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계층이 여성과 청소년이다. 여성 생활체육 인구의 증가처럼 우리 청소년들도 스포츠를 즐기고, 스포츠를 통해 저마다 아름다운 인생의 경기를 즐겼으면 한다.
장보미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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