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난과 차별·편견에 정착 못하는 北이탈주민들

탈북주민들이 차별과 편견, 가난 속에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목숨 걸고 고향을 등지고 남쪽으로 왔지만 정착하지 못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때는 탈북민을 가리켜 ‘먼저 온 통일’이라며 반겼지만, 대부분의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탈북민 상당수는 높은 실업률과 알코올 중독,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 탈북민 사망 원인의 15%가 극단적 선택이라는 통일부 자료는 충격적이다. 실제 지난 7일 경남 김해시 원룸에서 20대 탈북민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달에도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살던 탈북민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하지만 부족한 부분이 많다. 초기 정착 지원은 어느 정도 이뤄지지만, 이후 남한 사람과 같은 국민으로 취급돼 추가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거주 북한이탈주민은 올해 9월 기준 3만1천446명에 이른다. 이 중 1만877명이 경기도에 거주한다. 경기도 거주민이 가장 많지만 지원 인력과 예산은 크게 부족하다. 경기도의 북한이탈주민 담당 공무원은 3명뿐이다. 1인당 전담 인원이 3천625명인 셈이다. 서울(1천110명)보다 3배 높고, 인천(2천925명)보다도 많다. 세종(108명), 제주(173명)와는 수십배 차이 난다.

경기도는 올해 북한이탈주민 정책지원 사업에 28억2천400만원(국비 21억2천300만원·도비 7억1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국비는 북한이탈주민 지역센터 6곳, 도와 시·군의 북한이탈주민 지역협의회 등에 쓰였다. 도비는 북한이탈주민 인턴십과 취업교육, 전입 초기 생활안정 지원, 시·군 지역사회 소통·화합 사업 지원 등 10개 항목에 편성됐다.

의식주와 직결되는 전입 생활안정 지원과 취업교육 등에 편성된 예산은 2억2천600만원에 불과하다. 지원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탈북민들은 체감하기 어렵다고 한다. 의료지원도 없어 아파도 병원 가기가 힘든 상황이다. 서울시는 종합검진과 심리검사부터 일반질환 치료비, 간병비까지 지원한다.

경기도의 북한이탈주민 지원사업 예산은 타 지자체와 비교해도 부족하다. 도비(7억100만원) 기준으로 지원금을 단순 계산하면 1인당 연간 6만4천원(월 5천원) 정도다. 서울(22만8천910원), 전남(29만5천840원), 제주(24만9천275원) 등 다른 지자체와는 3~5배 차이 난다.

북한이탈주민은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한국사회에서 취업난과 경제난, 차별과 편견 속에 이방인처럼 살아가게 해선 안 된다. 저임금과 실업, 정서적·심리적 어려움이라는 난제 해결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 경기도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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