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헌법에 규정된 새해 예산안 법정시한인 2일을 또 넘겼다. 헌법 제54조에는 “국회는 국가의 예산안을 심의, 확정한다”고 돼 있으며, 특히 “정부는 회계연도마다 예산안을 편성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이를 의결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은 지난 2일이지만 국회는 스스로 이를 어겼다.
이러한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은 국회가 국가의 최고 법령으로 스스로 만든 헌법에 명시돼 있는 것이며, 법정시한 준수는 국회의 권한이며 동시에 책무다. 그러나 국회는 자신들이 만든 법을 국민들에게는 지키라고 강제하고 있으면서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만든 법을 지키지 못하는 모순된 행동을 반복하고 있다. 국회는 2002년 이후 2014년과 2020년을 제외하고 예산안 의결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는 잘못된 의정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에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법정시한을 넘겨 송구하다”면서, 국회의 권한이자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8, 9일 본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야는 예산안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을 ‘내 탓’이 아닌 ‘네 탓’으로 상대방을 비난만 하고 있다. 여당은 “야당의 당리당략에 국회 운영이 어렵다”고, 야당은 “이상민 방탄에 멈춘 민생”이라면서 책임을 상대방에게 돌리고 있으니, 과연 국회가 국민을 위한 국회인지 의문이다.
현재와 같이 여야가 극한적으로 대립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연 오는 8, 9일에 개최되는 본회의에서 새해 예산안이 제대로 처리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만약 12월 말까지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하면 헌정 사상 초유의 중앙정부 준예산 사태가 올 수밖에 없다. 준예산은 전년도 예산안에 준해 잠정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으로 새로운 사업을 위한 예산 집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민생 피해는 상당히 클 것이다.
우선 준예산이 현실화되면 보육, 일자리 등 민생사업비 280조원이 막히게 된다. 이뿐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경색 해소나 기업 자금시장의 신용 보강을 위한 정부의 긴급 지원도 막혀 한국 경제를 더욱 심각한 위기로 내몰 수 있다. 최근 수출 부진인데, 이에 준예산까지 발생한다면 한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음을 국회는 명심해야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준예산 사태는 없어야 한다. 어제 오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책위의장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가동해 예산안에 대한 막판 협상을 시작했으며, 오늘까지 논의해 6일 여야 원내대표가 최종 담판을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이번 정기국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해 준예산 사태를 막아 민생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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