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표 선출을 앞두고 ‘수도권’이 불쑥 등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수도권 대표론’을 주장했다. 대구지역 강연에서 “국회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수도권에서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조경태 등 영남권 후보군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다들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도 했다. 특정 후보군을 직접 저격했다는 점도 이채롭다지만 무엇보다 관심은 경기·인천·서울을 아우르는 ‘대표’를 말한 점이다.
주 대표의 발언에 관심이 커지는 환경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 지도부, 윤핵관 4인방과 만찬을 했다. 주 대표는 지난달 25일과 30일 두 차례나 윤 대통령과 회동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후보군 실명까지 거론하며 ‘수도권 대표론’을 선창하고 나섰다. ‘윤심’(윤 대통령 마음)이 아니냐는 추론이 단박에 제기되고 있다. 당연히 수도권·비수도권 후보군들의 반응이 극명하다. ‘동의한다’(수도권)고 하고, ‘틀렸다’(비수도권)고 한다.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경기도 선거 표가 있다. 6·1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경기도에서 졌다. 호남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패배다. 그 앞선 결과는 3월9일 대통령선거다. 거기서도 경기도 표심은 5% 넘게 국민의힘을 외면했다. 거대 표밭 경기도의 ‘5%’는 전국을 휩쓴 윤석열 후보의 완승을 ‘0.7%’로 좁혔었다. 이에 앞선 2020년 총선도 있다. 경기도에서 민주당 51석(86.4%)·미래통합당 7석(11.9%)이었다. 일방적이었다.
경기도에서 국민의힘은 ‘패배 전문 정당’이다. 경고음은 매번 있었다. 대선 여론조사에서 전국 조사는 윤석열 후보가 늘 앞섰다. 하지만 본보와 경기지역 언론의 조사는 달랐다. 5%가량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계속 앞서갔다. 국민의힘은 ‘경기지역 조사가 틀렸다’며 외면했다. 도지사선거 때도 그랬다. 경기지역 언론의 전망은 시종일관 ‘초박빙’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때도 외면했다. 그러다가 출구조사가 뒤집히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영남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주 대표 발언을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글쎄다. 경기도민 몇이나 이 말에 동의할까. 수도권 총 의석의 절반도 안 되는 영남권이다. 그 영남권이 반세기 넘게 보수당 역사를 독점하고 있다. 권력이 창출되면 그 권력의 중심을 차지했다. 지역주의란 이런 걸 뜻한다고 해석함이 합리적이지 않나. 유권자가 많은 경기도에 그에 걸맞은 관심을 두자는 것이다. 표에 대한 기본 도리를 말하는 것이다.
김기현 의원의 주장을 굳이 반박하려는 게 아니다. 영남권의 입장도 충분히 표현됨이 옳다. 똑같은 필요로 우리도 경기도민의 의견을 표하고 있을 뿐이다. ‘수도권 대표’가 뭐 그리 대단한가. 도민의 눈길 한 번 끄는 작은 이벤트일 뿐이다. 도민, 적어도 보수를 지지하는 경기도민이 원하는 모습은 수도권이 명실상부한 주인 되는 당이다. 경기도의 86.4% 의석을 석권하고 있는 민주당, 지금도 민주당 대표와 대표 얼굴들은 다 경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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