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수출은 또 한 번 최고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수출 6천444억달러라는 눈부신 실적으로 기염을 토한 데 이어 올해 11월 누계 수출액도 벌써 6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남은 12월까지 추산해 보면 올해 수출은 6천800억달러를 훌쩍 넘을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주요국 통화긴축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유독 어려웠던 대내외 여건을 생각하면 올해 거둔 수출 성과가 더욱 남다르다.
내용도 비교적 알차다. 자동차, 석유제품 수출이 승승장구하고 있고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나머지 주력품목 수출도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하며 선방했다. 특히 신산업 품목이 날로 성장하고 있는 점이 반갑다. 2차전지는 10월까지 넉 달 연속 월 기준 최고 수출액을 돌파했고 전기차는 금년 내내 두 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며 순항 중이다. 차세대 반도체, 바이오헬스 등 8대 신산업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수출 순위 역시 한 단계 올라섰다. 우리나라는 홍콩을 제치고 작년 세계 7위에서 올해 6위로 입지를 다졌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과 물류난 등 여러 악조건 속에서 수출이 뚝심있게 우리 경제를 잘 지탱해줬고 여전히 중요한 미래 성장전략임을 다시 한 번 각인한 한 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수출이 올해 같은 성장 행진을 이어갈 수 있을까. 상황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반도체 수출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데다 중국과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도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나서면서 수출 장벽이 한층 높아졌다. 탄소중립, 디지털규범, 인권, 안보가 무역의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면서 통상환경 또한 더욱 복잡해졌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가 휘청일 때마다 우리 수출은 특유의 회복력으로 단단한 성장 저력을 보여줬듯이 내년 한국 경제를 이끄는 중심에는 여전히 무역이 있으리라 의심치 않는다.
지금도 우리 무역인들은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혁신제품을 속속 세계시장에 내놓고, 원료에서 나아가 생산 방식을 친환경으로 시도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위한 내실을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K브랜드 가치도 급부상하면서 한국은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모두 갖춘 무역 강국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무역의 날을 맞아 올 한 해 이뤄낸 자랑스러운 성과에 박수를 보내며 2023년 불확실성 파고를 슬기롭게 넘어 더 높이 도약하는 우리 수출의 당찬 모습을 기대해본다.
배길수 한국무역협회 경기지역본부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