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리더'의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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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재승박덕(才勝薄德), ‘아는 것이나 능력은 뛰어나나 인품이 부족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고 원하는 바를 손쉽게 얻다 보니 주변에 있는 어려운 사람들의 애환을 잘 모른다. 그들이 어려운 과정을 어떻게 견디고 이겨냈는지, 아니면 어떻게 좌절했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 경험치가 없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영장류 학자 프린스 드 발의 공감 3단계 주장에 따르면 1단계가 강아지 등 동물도 가지고 있는 ‘정서적 전염’이고 2단계는 침팬지가 가지고 있는 ‘동정심’, 3단계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는 ‘역지사지(易地思之)’라 한다.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해결하거나 주위에서 떠받듦을 받으며 성장한 관계로 공부 못하거나 일을 잘하지 못하는 보통 사람의 어려움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외곬이고 독단적인 일 처리가 많다. 자신의 지식이나 실력을 과신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과 부딪침이 잦아 사람이 모이지 않고 그 인연이 오래가지 않는다.

우리가 역사에서 보듯이 똑똑한 사람들이 참모로 인정받고 성공한 사례는 있지만 리더(leader)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리더는 소통하고 공감해야 한다. 한 사람의 생각이 아무리 좋고 훌륭하다 해도 중의(衆意)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또 뜻을 모으는 과정에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관계가 형성되고 우리의 것이 되면 ‘너’의 것이 아니라 ‘나’의 것이 돼 믿음이 생기고 추동력(推動力)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통을 하다 보니 의견을 주고받느라 결정이 늦어지고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르기도 하느라 어찌 보면 결단력이 없거나 우유부단하게 비칠 수도 있다. 카리스마가 없다는 평을 들을 수도 있다. 우린 주변에서 ‘NO’라고 하는 사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을 가끔 본다. 그런데 이런 사람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Yes’만 하면 잘못된 것을 모르고 한 방향으로만 올인하기 때문에 제동장치 부재로 멈출 수가 없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는 완전히 망하게 된다. 따라서 밉지만 ‘NO’라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잠시 멈추고 의사 결정이나 판단을 위해 다시 한번 되짚어 볼 수 있어 그만큼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난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그러므로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높고 실패 시 큰 대가를 치른다. 하지만 공감능력이 뛰어난 리더는 ‘NO’라고 하는 사람도 품고 갈 수 있다. 그만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는 재능이 넘치는 리더보다 공감하는 능력을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

정의돌 육영재단어린이회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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