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생활문화 꽃이 피었습니다] ③ 경기도문화원연합회 ‘경기도 동네한바퀴’

도내 크리에이터·작가 등 발굴...용인 용담호수 투어 코스 마련
지역민에 마을 이야기 들려주고 수공예 체험·농산물 상점 펼쳐

지난 10월29일 용담호수 인근에서 진행된 마을 투어에서 시민들이 호수를 따라 걷고 있다. 송상호기자

호수 보며 산책… 소소한 재미는 ‘덤’

경기문화재단의 생활문화사업이 지역 생활문화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지자체와 민간단체, 사회적 기업 등에 속한 사람들이 함께 뜻을 모아 지속가능한 생활문화의 장을 탐색하는 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용인시에선 일상에 녹아든 문화를 누리는 데 집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북적대는 관광지에서 만드는 특별한 경험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따라 걷는 과정 속에서 주변에 스쳐가는 소소한 풍경을 만끽하고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지난 10월29일 용담호수 인근에서 진행된 마을 투어에서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송상호기자

경기도문화원연합회는 ‘경기도 동네한바퀴 주간’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 동네 거점공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기획해 왔다. 도내 곳곳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생활기술자, 마을활동가, 작가 등을 발굴한 뒤 지역민들과 연결해 새로운 소통의 장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이에 따라 사회적협동조합 ‘공정여행 마을로’도 용인 지역의 숨겨진 장소를 찾아내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는 투어 코스를 마련했다. 이들이 찾아낸 장소에 어떤 사연이 스며들어 있는지, 어떤 사람들의 흔적이 묻어 있는지 살펴보는 일은 기획자뿐 아니라 참여자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가 된다. 사람이 스며든 공간엔 언제나 이야기가 살아 숨쉬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정여행 마을로’가 구성한 마을 도보 여행 코스를 가꾸는 데 있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도 슬며시 힘을 보탰다.

 

지난 10월29일 용인특례시 처인구의 용담호수에선 가족, 친구와 함께 온 용인 시민 28명이 모여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를 보냈다. ‘공정여행 마을로’의 활동가들이 인솔을 맡았다. 호수를 따라 걷기 시작한 시민들은 손끝을 스치는 들꽃을 꺾기도 하고, 드넓은 호수를 바라보다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예쁜 풍경이 보일 때마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서 각자의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공정여행 마을로’의 활동가들은 용담호수에 얽힌 지역 이야기를 시민들에게 흥미진진하게 풀어내 보이기도 했다.

지난 10월29일 용담호수 인근에서 진행된 마을 투어에서 시민들이 호수를 따라 걷고 있다. 송상호기자

사실 용담호수에서 눈에 담을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은 소소하다. 하지만 우리동네 곳곳에 숨은 반짝이는 장소를 발견하는 소중한 기회다. 이날 참가자들은 호수를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 활동에 이어 주운 쓰레기를 천 위에 펼쳐 놓는 정크 아트를 통해 예술 작품을 만들어냈다. 호수를 따라 이어지는 도보 투어 코스 끝자락엔 ‘뚝마켓’이 있다. 호수를 따라가다 만난 흙길, 자갈길, 단풍나무의 낙엽이 수놓인 산길을 건너 뚝마켓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매달 마지막주에 열리는 로컬 상점인 이곳에선 도자기 물레, 자개 제작, 대장간 등 다채로운 수공예 체험의 장이 마련돼 있으며 청년 작가들이 정성 들여 만든 작품들과 지역농산물로 만든 먹거리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0월29일 용담호수 인근에서 진행된 마을 투어에서 김지욱 작가가 직접 만든 굿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송상호기자

뚝마켓에서 만난 김지욱 작가(60)는 정년퇴직 이후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새로 찾았다. 올해 3월부터 진행된 경기도문화원연합회의 청년 지역문화재생 프로젝트 ‘청년마을상점’에 참여하면서부터다. 김 작가는 이날 자신이 만든 시루 무늬가 새겨진 수저받침을 방문객에게 처음 판매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도자기를 배운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작품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창구가 생겨 기쁘다”고 전했다.

지난 10월29일 용담호수 인근에서 진행된 마을 투어에서 시민들이 지역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을 둘러보고 있다. 송상호기자

1시간여의 도보 투어를 마친 시민들의 얼굴에선 웃음꽃이 떠나질 않았다. 김량장동에 거주하는 김영경씨(42)는 아들 둘과 함께 주말을 보내러 이곳에 왔다. 김 씨는 “평소 공원 산책을 자주 하는데 오늘은 색다르게 호수를 끼고 하는 산책이라 더욱 설렜다”며 “빡빡한 스케줄에 맞추지 않아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는 점도 좋았다.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도 많아서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엄마 김 씨를 따라 이곳을 찾은 윤상진군(11)은 호수 산책에 이은 로컬 마켓 체험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윤 군은 “친구와 함께 고래 열쇠고리를 만들고 도자기 물레도 돌려보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며 “평소에 접할 수 없던 걸 느껴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어 보였다.


[인터뷰] 김대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김대진 경기도문화원연합회장

 

Q. 이번 사업의 목적을 설명한다면.

A. 경기도문화원연합회는 지역민들이 서로 생활문화를 통해 연결될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발굴하는 데 계속해서 힘써 왔다. 기존 지역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목표였다. 우리의 지원과 기획이 끝나더라도 마을 내 활동가들과 기술자, 작가들과 크리에이터들은 계속해서 지역민들과 소통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회성보다는 지속가능한 무대를 구축하고 그 무대가 확장될 수 있는 방안에 관해 고민을 이어가야 했다.

 

Q.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한다면

A.우리는 각 지역의 소재, 동네에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통해 작품을 만들고 상품을 제작하는 사람들을 발굴해오고 있었다. 마침 경기문화재단과 뜻이 맞았고, 지역 특성을 살린 굿즈 개발하는 청년 작가와 진행하고 있던 사업도 있었기에 연계점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또 청년 크리에이터들과 교류하는 네트워킹 역시도 활성화된 상황이라, 이에 맞춰 지역민들과 나눌 수 있는 인적 자원의 활용 방안을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됐다.

 

활동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발굴하고, 그들이 더 활동을 확장할 수 있도록 양성하고, 그 이후 양성된 인력과 지역민들을 이어주고 교류할 수 있도록 터전을 가꾸는 것.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기존에 우리가 진행하던 청년 작가 지원 사업 등과 연계하는 방안을 고심했다. 이렇게 탄생한 게 ‘경기도 동네한바퀴 주간’ 프로그램이다.

 

Q. 이번 프로그램 기획에 있어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면.

A. 기존에 지역에 자리잡고 활동하는 예술인 활동가들은 보조금 지원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칠 때가 많다. 지원금이 개입되는 순간, 지역 특성과 관계 없이 기관의 목적과 의도라는 틀에 갇힐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런 부분을 유념하면서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그에 따라 기존의 제도권에서 지원을 받지 않고 자생적으로 활동을 이어 왔던 사람들을 찾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특히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에게 활동무대와 터전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했다. 지역에서 계속 살아 왔고, 앞으로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 기회만 주어진다면 지역 특성을 살려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계획 수립, 인원 모집 등에 관여하지 않아도 자체적인 추진이 가능한 민간 단체나 모임이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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