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셀프점검 등 부실 안전조치, 화학사고 계속될 수밖에

산업현장에서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기업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인명피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경기·인천지역에는 화학물질 취급 업체들이 많다. 이들 업체에서 작업 시 부주의, 시설 결함, 안전점검 미준수 등으로 사고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9월 도내 한 제조업체에선 5t 용량의 철제 반응기에서 아세톤 물질이 유출돼 화재와 폭발이 일어났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하고 15명이 부상을 당했다. 사고 원인은 ‘안전기준 미준수’였다. 지난 4월에도 회로기판 제조공장에서 독성가스가 유출돼 8명이 다쳤다. 이 중 3명은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기억이 소실되는 중상을 입었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도 지난 9월 독성물질인 수산화칼륨 3t이 쏟아져 작업자가 화상을 입었다.

화학물질 사고는 경기도가 전국에서 제일 많다. 9월 기준 올해만 13건으로, 전국 사고의 절반가량(44.2%)에 해당한다. 13건 중 8건은 작업자가 안전기준을 안지켜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2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난해에도 26건(사망자 2명, 부상자 24명)의 사고 중 14건이 안전기준 미준수로 일어났다.

화학물질로 인한 사고는 대규모 중독 사태, 대형 화재 등으로 번질 수 있다. 정부는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등을 처벌하도록 한 ‘중대재해처벌법’을 1월2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법 시행 이후에도 화학물질 누출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여기엔 여러 원인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업체와 작업자의 안전 부주의다. 위험물질을 다루는 만큼, 안전기준을 잘 지켜야 하는데 방심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와 환경부의 안전대책도 문제다. 환경부가 화학물질 취급 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하는데 부실하기 짝이 없다. 업체가 스스로 한 안전점검 결과만 넘겨 받는 식이어서 ‘셀프 점검’ 비판을 받고 있다. 안전사고 예방 캠페인도 1년에 한 번 포스터를 나눠주는 데 그치고 있다. 경기도도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 주 1회 안전진단 관련 문자를 보내는 게 고작이다. 사고 예방 안전장치와 방제장비 적정성 검토는 환경부와의 합동점검 외에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문자, 포스터, 셀프 점검 등 기업 자율에 맡기는 안전으로는 화학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 이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못 된다. 유해화학물질 컨설팅과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인력과 시설 지원 등 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안전 강화를 위해 허점이 있는 관련 법의 손질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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