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노력을 해도 어떤 사람은 실패하고 어떤 사람은 성공한다. 자식 농사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학군에서 공을 들여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자녀가 있고, 그냥 방임하듯이 놔둬도 알아서 잘 성장하는 자녀가 있다. 성경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일의 계획은 사람에게 달렸지만, 일의 성취는 하나님에게 달렸다.” 세상을 어느 정도 살다 보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성경의 이 말만큼은 분명한 진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역시 딸을 한 명 키우면서 이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어렸을 때는 자녀의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다. ‘공부는 왜 이리 안 하는지’, ‘커 가면서 왜 이리 툴툴대는지’, ‘책 좀 읽었으면 좋겠는데’....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딸이 그저 건강히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슴 아픈 사건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요즘, 많은 부모가 나와 같은 심정일 것이다. 아이가 곁에서 건강히 자라던 그 수많은 날, 이 당연한 감사를 나는 왜 놓치고 있었을까?
‘아카데미의 여왕’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그래서 이런 말을 했나 보다. “세월이 인내심을 길러준다는 사실은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문득 든 이 생각을 통해 나는 우리의 일상이 온통 감사할 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출근길에 옆 사람에게 발을 밟힌 사람은 십중팔구 이런 말을 한다. “에이, 오늘 재수 더럽게 없네.” 그렇다면 발을 밟히지 않은 364일은 재수가 있는 날이란 말이 아닌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생각한 평범한 오늘이, 사실은 온종일 감사해도 모자랄 축복받은 날일 수도 있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은 감사의 축복을 놓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 켄터키대병원 데이비드 스노든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더 많이 한 사람들은 평균 수명이 7년 더 길었고, 노화로 파괴되는 뇌세포도 더 적었다고 한다. 수십년이 걸린 이 연구의 유일한 변수는 오직 ‘감사’였다.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투자자 존 템플턴의 말처럼, 우리가 감사할 때 행복으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모든 근심이 풀릴 것이다. 감사를 일상에 적용하며 살아가고 있는 지금 나의 삶 역시 조금씩 행복으로 물들어가고 있다. 한 해의 마무리를 목전에 둔 지금, 이제 지금껏 놓친 감사를 돌아보면서 다짐해본다. 다가올 감사들을 놓치지 말자. 좋은 일이 생겼다면 감사하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이다. 힘든 일이 생겼다면 그래도 감사하자. 어려운 일이 더 빨리 끝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자. 일상의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변할 것이다.
조승원 한국장애인연기자협회 이사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