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 시급하다

정부가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화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내년부터 적자가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에 대해 정부가 일대 수술을 가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전화시키려는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하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건강보험 재정을 건실하게 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국가의 미래발전을 위해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과잉 이용 문제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다. 지난 8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공청회 자료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 제고 방안 및 필수 의료 지원 대책’에 의하면 건강보험 재정이 얼마나 낭비됐는지를 실증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예로 들면 한 40대 여성은 지난해 2천50회 병원을 찾았으며, 하루 5~6곳의 병원을 돌고 최대 10곳을 가기도 했다. 또한 물리치료를 받고 진통 주사를 반복해 맞았으며, 여기에 들어간 건강보험 재정만 2천690만원으로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드는 연평균 급여비 149만3천원과 비교하면 무려 18배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잘못된 행태를 그대로 방치하면 건강보험 재정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적으로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2020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외래 진료 횟수는 14.7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로 OECD 평균 5.9일과 비교해도 2.5배 높다. 이런 의료 쇼핑 문제는 계속 지적됐지만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건강보험 재정 악화가 발생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연간 365회를 넘는 외래 진료를 받을 때는 본인 부담률을 90%로 높이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문제점이 지적된 ‘문재인 케어’도 개선돼야 한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 초음파 검사의 건보 적용 확대로 2018년 1천891억원이던 MRI·초음파 검사비는 지난해 1조8천476억원으로 불어났다. 문 케어는 의료 접근을 확대한 측면은 있지만 불필요한 의료 남용을 가져온 요인도 됐다. 따라서 우선 뇌와 뇌혈관 MRI 건보 기준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외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제도 역시 개선돼야 한다. 현재 외국인은 국내 체류 6개월 후 건강보험에 가입했는데 피부양자는 이 요건이 없어 악용된 사례가 많다. 앞으로 미성년 자녀를 제외한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되려면 6개월을 거주해야 한다. 외국인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도 안 되지만 제도를 악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외국에서 부러워할 정도로 좋은 제도이지만, 이를 악용하면 재정 악화가 돼 오히려 국민 부담만 늘 수 있다. 초고령화시대에 대비해 악화되는 건강보험 재정제도의 개선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실기(失期)하지 말고 추진해야 한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