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염원 詩 낭송·합창, ‘미얀마의봄’ 공연 유튜브 생중계 민주화운동 생생한 현장 담은 ‘평화 사진전’ 등 국내외 큰 반향 군부 쿠데타 2년… “내년도 평화 회복·민주화 끊임없는 연대”
경기아트센터 미얀마를 보다 下
민주주의를 향해 미얀마 국민들이 내고 있는 목소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은 지난해 2월 발생한 군부 쿠데타 이후 자국 내 군부의 강경 대응과 인권 탄압에 신음하고 있다. 의료시설 및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경제위기에 직면하는 등 실생활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얀마의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어 멀리 떨어진 한국 땅에서 경기아트센터가 미얀마 민주화 항쟁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경기아트센터는 지난해 3월부터 재한 미얀마 단체와 함께 공연과 전시 등을 꾸준히 개최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을 이어 왔다. 미얀마인들은 자국 내에선 블랙리스트에 오르지만 해외 무대에선 얼마든지 활동이 가능하다. 그 점이 미얀마인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영상이 송출되면 미얀마 현지에서도 이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미얀마의 상황을 조명하는 데 있어 문화예술의 창구를 빌릴 때 파급력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기에 오늘도 그들은 소중한 민주주의의 가치를 외친다.
■ 미얀마와 경기아트센터가 함께 걸어온 길
국내외에 퍼져 고통받는 미얀마인들을 위해 경기아트센터는 문화예술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했다. 군부 쿠데타가 발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3월14일 경기아트센터는 재한미얀마학생회와 함께 ‘미얀마의 봄’ 공연을 유튜브 생중계로 선보여 국내외 미얀마인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에 거주하는 미얀마 학생들이 직접 민주화에 대한 염원을 주제로 시 낭송과 합창 등을 선보이는 무대였다.
미얀마에 대한 관심 환기가 일회성의 시도가 아닌 만큼 이들은 6월28일부터 7월1일까지 4일간 ‘미얀마의 봄 두 번째 이야기: 평화사진전’을 개최했다.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푸른아시아센터와 힘을 합쳤던 사진전에선 미얀마 현지의 일상뿐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박일선 작가의 사진 50여점이 전시됐다.
경기아트센터는 이후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재한 미얀마인들과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 갔다. 8월에도 미얀마의 평화를 주제로 하는 창작곡 ‘The Prayer’의 뮤직비디오 및 음원을 제작한 뒤 유튜브에 공개해 수많은 국내외 미얀마인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어 11월엔 경기아트센터 광장에서 약 80명의 미얀마인들이 함께하는 단체 헌혈 행사가 진행됐고 12월29일엔 연말을 기념해 ‘미얀마의 봄-평화를 기다리며’ 공연이 이어졌다. 미얀마의 평화 회복과 민주화를 염원하는 연극과 노래, 토크콘서트 등이 어우러진 특별공연에선 소시민들의 삶,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 등이 잘 드러났기에 국내외에 퍼져 있는 미얀마인들의 결속을 다지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올해에도 지난달 9일부터 21일까지 ‘미얀마 작가 초대전-치유의 순간’ 전시가 경기아트센터 갤러리에서 열렸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작가 6명의 사진 및 각종 회화 등 다채로운 작품들이 걸렸던 전시다. 전시작마다 배어 있는 미얀마의 문화를 접한 관람객들이 미얀마에 대한 공감대를 확장하고 작가들의 희망과 열정까지 느낄 수 있던 자리이기도 했다.
이 같은 지속적인 협력에서 볼 수 있듯 경기지역이 미얀마와의 연대 구축에 있어 중요 거점이라는 사실이 점점 선명해졌다.
진밍 재한미얀마학생회 대표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관심과 지지에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함께하는 이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2023년에도 미얀마와 인연 지속할 경기아트센터
경기아트센터와 미얀마의 인연은 일회성이 아니다. 센터는 내년에도 미얀마와 이어 왔던 인연을 지속할 예정이다. 군부 쿠데타 2주기가 되는 내년 2월에 맞춰 재한 미얀마 학생들이 선보이는 공연 ‘미얀마의 봄’에 대한 지원도 구상안에 포함돼 있다. 미얀마 측과 아트센터가 서로 뜻이 맞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얀마의 봄’ 공연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 경기아트센터는 철저한 후방지원에 초점을 뒀다. 무대 장소 등의 물적 지원은 담당하되 대본, 출연진 등 무대 위 연출 요소는 모두 미얀마 학생들이 기획하는 방식이다. 미얀마 현지에서도 이에 대한 반응이 좋아 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다.
이렇듯 경기아트센터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첫 물꼬를 틀 수 있었고, 이후 경기도 차원에서도 협력해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아트센터와 도가 미얀마에 연대 의사를 밝힐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역사적으로 한국과 미얀마가 공유할 수 있는 지점들이 많다는 데 있다. 광주 민주항쟁 등과 같은 역사의 분기점으로 인해 경기도가 미얀마를 향해 적극 지지하고 연대하는 그림이 자연스레 만들어졌다.
법무부의 등록외국인 지역별 현황에 따르면 국내엔 2만7천864명의 미얀마인이 등록돼 있다. 이 중 42%인 1만1천720명(9월30일 기준)이 경기도민인 만큼 이들의 행보가 국내 미얀마인들에게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력 체계가 더욱 중요하다. 특히 지난 2월 말부터 이어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미얀마에 대한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탓에 이들을 향한 관심과 지원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박범수 경기아트센터 대외협력실장은 “처음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보며 많은 이들이 한국의 광주를 떠올렸는데, 시간이 흘러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경기아트센터는 용감하게 활동을 이어 가는 미얀마 학생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송상호기자·이나경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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