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적지 않은 수의 언론은 대통령이 해임 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이는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해임 건의안은 법안이 아니고 단지 건의안이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기 싫으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것이다. 아마 윤석열 대통령은 해임 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은 해임 건의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해임 건의안과 탄핵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른 사안이다. 해임 건의안은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묻는 ‘정치적 행위’인 데 반해 탄핵 소추의 경우는 중차대한 법적 하자가 드러나, 이를 이유로 추진할 수 있는 ‘헌법적 행위’다.
그런데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주장해 이를 관철시켰으면 도의적 정치적 책임을 묻자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법적 하자를 근거로 추진해야 하는 탄핵 소추를 주장할 수는 없다.
국정조사의 목적은 이태원 참사를 철저히 조사해 위법은 없었는지 등을 파헤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조사 진행 과정에서 탄핵을 하자고 주장하면 이미 법적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스스로 주장한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셈이 된다.
한마디로 자기 모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 취임 100일이 민주와 민생을 위한 여정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를 하게 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이상민 장관은 직무정지 상태가 될 수밖에 없어 자신들이 주장하는 민생에 심각한 하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 탄핵 소추를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이를 인용하지 않게 되면 참사를 정치에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상태에 처해질 수도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가 내년 중반 정도에 나오게 된다면 헌재의 결정이 내후년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래저래 민주당으로서는 모험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민주당은 신중해야 한다.
이상민 장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에 민주당은 여론이 자신들의 행위를 뒷받침해준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다고 ‘선’을 넘어 버리면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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