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고양시의회‚ 마비까지 갈 일 아니다/불안정한 ‘여야 동수 의회’의 부작용

고양특례시의회 정례회가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일정을 보이콧했다. 계획대로면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열려야 한다. 2023년도 예산안과 조직개편안 등 주요 현안도 많다. 제출된 예산안만 2조9천963억원 규모다. 이런 현안이 회의 마감을 이틀 앞둔 13일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양시의회 의석수는 국민의힘 17석, 민주당 17석으로 같다.

경기도의회도 여야 의석수가 같다. 6월 지방선거에서 78 대 78, 동석이 됐다. 황금 분할, 협치 명령 등의 의미를 말하며 출발했다. 실제 운영해 보니 시종일관 파행이다. 여야 동수에서 오는 대립과 파행이 끝도 없었다. 도 직제개편 통과에 ‘효력 기간 제한’이란 조건이 붙었다. 도의회 의장 선출을 두고는 개원도 못하고 파행했다. 파국 원인은 여야 충돌뿐만이 아니다. 특정 정당 내부 갈등에도 의회는 흔들린다. 현재 상황인 국민의힘 갈등이 그렇다.

상당 부분은 78 대 78의 대치 구도에서 비롯됐다. 그게 고양시의회에서도 나타나는 듯하다. 파행의 직접적이고 표면적인 이유는 이렇다. 이동환 시장의 해외 출장, 시장 비서실장의 막말이다. 이 시장이 이태원 참사 애도 기간에 해외를 다녀왔다. 이게 부적절하다고 민주당이 지적했다. 그 문제를 비판하는 현장에서 비서실장이 ‘들어가시라’ ‘신문도 안 보시나’ 등의 발언을 했다고 한다. 민주당이 막말이라며 비판했고, 그게 지금에 온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갖는 감정의 크기를 함부로 평할 순 없다. 시장의 해외 출장이 적절했는지에 정답은 없고, 비서실장의 막말 논란 역시 잘못의 크기를 단정적으로 논할 수 없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있다. 시의회를 마비시킬만한 사안은 아니다. 정치권에서 쓰는 ‘사과’에 뒤따르는 단어가 있잖나. ‘진정성’이다. 이 애매한 단어가 늘상 정치 충돌의 중심에 있다. ‘진정성 있는 사과’와 ‘진정성 없는 사과’의 싸움이다. 이 논쟁에 고양시의회가 갇혔다.

다른 얘기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영식 고양시의회 의장의 주장이다. “(민주당이) 저러는 건 결국 예산 문제다. 민주당이 원하는 예산(자치공동체지원예산)을 이동환 시장이 삭감해서 보복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턱없는 거짓말이라며 부인한다. ‘5급(비서실장)이 파행의 주범인데, 시장은 뭐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이 역시 잘잘못을 가리기 어려운 각자의 주장이다. 결국 파행의 원인 어느 것 하나 시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

이게 여야 동수 의석 의회의 현실이다. 한쪽만 작정하면 의회는 마비된다. 마비시킬 힘이 여야 모두에 있다. 협치는 사라지고 파행만 남았다. 여야 동수의 재앙 아닌가. 적어도 ‘78 동석 경기도의회’와 ‘17 동석 고양특례시의회’의 현 상황은 그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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