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채무 1천68조, 국회는 재정 준칙 조속 법제화해야

국가 채무가 연말이면 무려 1천68조8천억원에 달하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9.7%에 이른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까지만 해도 국가 채무는 660조2천억원이었던 것이 지난 5년 새 400조원 정도 증가했다. 정부가 복지 확대 등 지출을 늘린 탓도 있지만, 코로나로 인한 확장 재정 기조에 속도가 붙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공공 부문 부채도 문 정부에서 대폭 증가했다. 2017년 1천44조6천억원이었던 공공부채가 2021년에 1천427조3천억원에 달해 약 400조원 증가했다. 이런 통계는 지난 15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1 회계연도 일반정부 및 공공부문 부채 집계 결과’ 자료에 따른 것으로 공공부채도 역대 최고액이다.

이렇게 국가 채무가 급증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국회의 국가 채무 해결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12월 ‘한국형 재정 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이에 의하면 2025년부터 국가 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 이내, 통합 재정 수지 적자는 3% 이내로 통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는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유야무야됐다.

재정의 건전성을 강조한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정 준칙 도입을 강조했다. 즉, 윤 정부는 GDP 대비 적자액을 3% 이하로 관리하되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적자 비율을 2% 이내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강화된 재정 준칙 법안을 마련했다. 이에 지난 9월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이 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지금까지 소속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일 국회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윈회가 개최, 재정 준칙 법제화가 안건으로 상정됐지만 당시 안건이 27번째까지만 심의돼 28번째 안건인 재정 준칙은 논의되지 못했다. 재정 준칙 안건이 소위를 통과하더라도 기재위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등을 통과해야 하므로 불과 2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올해 재정 준칙 관련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는 어렵다.

지금 한국 경제는 세계적인 경기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 팬데믹, 미국과 중국 간 패권경쟁 등으로 복합 경제 위기가 밀어닥치는 상황이다. 수출로 사는 한국은 최악의 수출 부진 상태다. 이에 저출산·고령화, 성장잠재력 하락 등 여러 악조건을 감안하면 갈수록 재정 여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렇게 국가 채무가 급증하게 되면 한국 경제는 큰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이미 재정건전성 국가가 아니다. 국회는 여야 간 정쟁으로 내년도 예산안도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회는 더 이상 정쟁만 하지 말고 미래 세대의 삶을 지키기 위해 강력한 재정 준칙의 법제화를 서둘러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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