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긴급차 불러 타고, 사진으로 정치 홍보/이런 특위가 소방·경찰 호통치려 했나

신현영 국회의원이 이태원 국조위에서 물러났다. 이른바 닥터카 탑승 논란에 대한 책임이다. 신 의원은 “저의 합류로 인해 재난 대응에 불편함이 있었다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유족들에 대해서는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서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닥터카 탑승 자체는 국회의원이 아닌 의사로서 충분한 역할과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였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국조위는 활동도 전에 위원을 교체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인 신 의원은 의사 출신이다. 참사 당일 명지병원 재난의료지원팀(DMAT)의 긴급 출동 차량을 타고 현장에 도착했다. 신 의원의 중도 탑승으로 차량 도착 시간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이 차는 다른 긴급 차량보다 20~30분가량 늦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고발 카드까지 들고 나왔다. 현직 의사가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의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치과의사인 남편도 동승했다. 응급 상황에서 치과의사는 일반 의사만큼 중요하다. 악안면 중상, 기도 확보 등의 역할이 크다. 신 의원 남편은 마침 구강외과 출신이다. 그러나 이 역시 동승 자격에 대한 논란은 남는다.

우리는 세 가지만을 팩트로 전제하려고 한다. 명지병원 긴급차가 출동 중에 신 의원을 동승시켰다는 사실, 현장에는 15분 정도만 있었다는 사실, 그 사이 현장에서의 사진이 SNS에 홍보됐다는 사실이다. 이 세 가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실망스럽고 이해하기 어렵다. 158명이 죽어 나가는 생사의 현장이었다. 어떻게 그곳에 가는 긴급차를 타는 편의를 좇았을까. 어떻게 사진으로 홍보할 생각을 했을까. 참사 현장을 정치에 이용한 ‘구급차 정치’다.

그가 말한 사퇴의 변도 옳지 않다. 시종일관 ‘의사로서의 역할’이라고 둘러댄다. ‘재난 대응에 불편함을 끼쳤다’고 축소한다. ‘진상 파악을 당부드린다’는 주문까지 한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대목이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무언가를 하려 했던 사람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국정조사가 돼야 한다.” 자신은 생명을 살리려 무언가를 하려 했으니 비난하면 안 된다는 논리다. 지금 그가 기준 제시하고 있을 때인가.

하나만 맞다. 그날 거기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경찰·소방·행정 공무원들의 구급 활동이다. 이걸 하지 않았다면 책임져야 한다. 용산경찰서장, 용산구청장은 그래서 구속될 상황에 있다. 다른 하나는 틀렸다. 그날 거기서 마땅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었다. 널브러진 참사를 배경으로 삼는 정치 행위다. 이걸 했다면 이 역시 책임져야 한다. 신 의원의 행위가 딱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국민 분노의 크기는 구속을 기다리는 공무원들을 향한 그것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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