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 듣고 책장 넘기며 '얼쑤!'… 색다른 그림책 '줄타기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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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온몸으로 체화하는 그림책이 등장하고 있다.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다양한 가치관과 의미가 담겨 온몸으로 체화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그림책이 눈길을 끈다.

글로연이 최근 출간한 ‘줄타기 한판’(민하 글·그림)은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인 우리의 줄타기를 그림책으로 담아냈다. 줄타기는 줄 위에서 재주를 보여주고 줄광대와 어릿광대가 주고받는 재담, 삼현육각의 연주가 더해진 종합예술. 아슬아슬하고 신명나는 줄타기의 특징을 그림책에 녹여냈다. 책장마다 꿰인 줄을 넘길 때 마다 줄광대가 타는 줄을 실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또 줄광대가 줄 위를 건너가고 하늘을 향해 솟구치며 보여주는 아슬아슬한 순간과 삼현육각의 연주를 간결한 시각 언어로 표현해 아슬아슬한 줄 타기의 묘미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여백의 미, 줄타기를 눈으로 즐길 수 있게 세심하게 표현해 낸 이미지와 귀로 감상할 수 있는 실제 줄타기 공연도 들을 수 있다. 부착된 큐알코드를 실행하면 국가무형문화재 제58호 줄타기 예능보유자 김대균 명인의 줄타기 설명과 “어얼쑤~! 줄타기 한 판 놀아보세나” 흥겨운 시작 소리와 함께 해금과 대금, 피리, 아쟁, 북, 장구의 연주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독자가 어느새 줄광대가 되고 재주와 재담의 리듬, 어릿광대 재담의 리듬, 삼현육각 연주의 리듬과 함께 덩실거린다.

글로연은 앞서 지난 2016년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명수정 글 그림)를 발간해 느끼고 듣는 책을 선보인 바 있다. ‘그 어떤 소리도 듣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피아노라는 존재는 어떻게 여겨질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책은 청각 장애를 가진 독자를 위해 음악을 시각화 했다. 표지를 들추면 마치 피아노 뚜껑을 연 듯한 느낌을 이미지로 구현해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연주를 담은 QR 코드와 후가공을 더해 공감각적으로 독서를 경험하게 해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장면마다 실을 꿰어야 하고, 그 실이 책을 펼쳤을 때 늘어지거나 약하면 안되는데다 밖에서 줄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한 미션 등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히 많은 공을 들였다” 면서 “줄타기보존회를 찾아 책을 감수받고 명인을 포함한 공연자들을 스튜디오에 모셔 녹음해 책 이야기로 펼쳐냈다. 작가들이 창의적으로 구현해 내고 싶은 콘텐츠를 그림책이라는 물성 안에 넣을 수 있는 게 그림책만의 고유한 힘이다. 이런 책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잘 감상되고 반갑게 느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자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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