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미래세대 위한 의료 체계 도입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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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덕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연구실장

# 장면 1(2022년 9월16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세계에서 ‘2위 우뚝’

2022년 현재 우리나라의 소아청소년과 의료 수준은 세계에서 2위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2023년 진료과목별 세계 최고 병원’을 통해 내과 등 11개 진료과목 중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분야는 소아청소년과라고 발표했다(28개국 300개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평가). 세계에서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가장 잘한다는 200개 병원 중 미국이 61개로 1위, 우리나라가 29개로 2위를 기록했다.

# 장면 2(2022년 12월8일): 대한민국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

8일 ‘2023년도 전반기 전공의(레지던트 1년차)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의 지원율은 정원의 16.4%로 나타남에 따라 언론은 일제히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 붕괴’를 대서특필했다. 12일 이러한 ‘붕괴’를 대변하듯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의료진 부족으로 소아청소년과 입원을 잠정 중단한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의료계는 대책 마련을 강력하게 촉구하는 한편(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성명서 발표·2022년 12월16일) 정부(보건복지부)도 발 빠르게 ‘필수의료’ 활성화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 장면 3(미래): 저출산 꼴찌 대한민국 ‘미래세대 의료 체계’ 구축해야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8명(2021년)으로 세계에서 꼴찌다. 이러한 저출산 시대에 소아청소년과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것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경향이다. 출생한 어린이(아동)의 숫자가 과거보다 적지만 더 잘 키워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만혼(晩婚)에 따른 저체중아 등 심신발달장애를 가진 신생아에 대한 대처 포함). 그래서 일본은 2019년에 ‘어린이의 건강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철학을 담은 ‘성육(成育)기본법’을 제정해 미래세대인 어린이(아동)를 위한 의료 체계(이하 ‘미래세대의료’)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성육의료(成育醫療)’ 개념은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필요한 의료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 유럽과 미국에서는 1850년대부터 어린이에게 필요한 다학제적 의료를 제공해 왔음). 2021년 말 현재 국민 1인당 소득은 3만5천달러이고, 곧 4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선진국 대열에 당당하게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과 같이 ‘미래세대의료’ 도입을 위한 입법화와 그 입법화에 따른 (건강보험 수가 현실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붕괴’돼 가고 있는 ‘세계 2위인 소아청소년과’를 되살려 저출산 시대에서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김정덕 대한아동병원협회 정책연구실장·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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