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고 배상책임 있다, 내 집·상가 앞 눈 치워야

어제 수도권에 대설특보가 내려졌다. 오늘부터 성탄 전야까지 다시 한파가 몰아친다고 한다. 폭설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곳곳에 쌓인 눈이 얼어붙어 빙판길로 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 제설팀은 비상이다. 공무원이 대거 동원돼 ‘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간선도로 등 큰 도로는 염화칼슘을 뿌리는 등의 제설작업으로 통행에 큰 불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면도로나 골목길은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거나 얼어붙어 시민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빙판길 낙상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눈이 내리면 상가나 주택 앞, 이면도로는 시민들이 눈을 치워야 한다. 각 지자체마다 조례를 제정해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를 독려하고 있다. 경기도내 대부분의 지자체가 ‘건축물관리자의 제설 및 제빙 책임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에는 건축물의 소유자, 점유자, 관리자 등의 제설·제빙 책임 우선순위와 보도, 뒷길, 보행자도로 등의 눈을 치워야 하는 범위가 담겨 있다. 건축물의 소유자·점유자 등이 스스로 재해를 예방하는 내용을 담은 자연재해대책법 27조에 근거한 것이다.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는 지자체 행정력이 집 앞 도로나 골목 구석구석까지 닿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눈을 치우기 위한 제설장비와 인력,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내 집 앞 눈 치우기 조례를 제정한 지 10년이 훨씬 넘었지만 거의 유명무실하다. 강제성이 없고, 책임의무도 부과하지 않아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다. 조례에는 벌칙 규정이 없다. 눈을 치우지 않는다고 해서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 집이나 상가 앞에 쌓인 눈으로 인해 사고가 나면 민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실제 빙판길 낙상 사고로 인한 법적 분쟁이 발생한 바 있다. 2012년 안산시의 한 만두가게 앞에서 빙판에 미끄러져 척추를 다친 시민에게 만두가게 주인이 2천6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있었다.

경기도에서는 지난 5년간 눈길 미끄러짐 등을 포함한 낙상사고가 24만3천480건 발생했다. 낙상사고는 매년 5만건가량 되는데 상당수는 겨울철에 일어난다. 겨울철 낙상사고는 노인들에겐 특히 치명적이다.

집 앞의 눈을 치우지 않아 사고가 날 경우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제설작업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 이유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주민들이 관련 법·조례 제정 사실을 모른다.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주민자치센터 등 곳곳에 제설 도구를 비치해 빌려주는 등 적극 행정에 나서야 한다. 내 집·내 점포 앞 눈 치우기는 나와 지역 공동체의 안전을 위한 일이다. 시민들 스스로 나설 수 있는 의식과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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