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험 계산 실수 이후 틀린 부분 꼼꼼히 살피고 계속 연습 이를 통해 세심히 신경쓰며 침착히 나아가는 태도의 가치 알게 돼 작은 실수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관용하며 마음의 여유 기르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성찰… 낮아진 자존감도 높일 수 있어
난 어린 시절부터 똑똑하단 소리를 정말 많이 들었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초등학교 수학 문제집을 풀고 오빠의 영어 수업을 몰래 엿들으며 키워 나간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영어 연극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업 외에 운동, 미술, 악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많은 아이의 부러움을 샀다. 그렇게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 줄곧 모범생 소리를 듣고 졸업을 한 후 난 중학생이 됐다. 중학교에 재학하기 시작하면서 학원 선생님들과 부모님의 추천으로 특목고와 자사고 등에 대해 알게 됐고 지역 내 특목고 진학을 목표로 하게 된다.
하지만 매사 이렇게 달려오던 나를 멈추게 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때는 중학교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약 3일간의 시험이 치러지고 드디어 마지막 시험 날이었다. 시험 과목은 수학과 도덕으로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과목이기에 알고 있는 것들을 답안지에 적어내기만 하면 한 학기를 완벽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빠르게 문제들을 풀어나갔지만, 절반 정도의 문제가 도저히 풀리지 않았다. 난 결국 절반가량의 문제를 풀지 못한 채 답을 다 찍어 답안지를 제출해야 했고, 시험이 끝나자마자 화장실에 달려가서 울었다.
알고 보니 시험이 어려워 학년 평균 점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낮았고 학원가에 근무하는 거의 모든 선생님이 문제 난이도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유독 절망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바로 나의 계산 실수 때문이다. 나는 어려웠던 문제들뿐만이 아닌 쉬운 문제들마저 계산 실수로 오답을 적어 처참한 점수를 받게 됐다.
어렸을 적부터 대부분의 학부모는 아이의 연산 능력을 키워주기 위해 연습용 문제지를 구입해 자녀에게 숙제처럼 풀게 하고,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는 가정방문 학습과 교습소에서도 연산 문제들을 모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당연히 나 역시 어렸을 적 세 자릿수 곱셈과 나눗셈, 인수분해 등 다양한 수학 공식들을 이용한 연산 문제들을 연습했고 이를 체계화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다. 하지만 그런 내가 다른 것도 아닌 계산 실수로 시험을 망쳤다는 사실이 그 당시 나에게는 매우 충격적이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줄곧 계산을 실수해 학원 선생님에게 정말 많이 야단을 맞았다. 학원에서 시험이라도 보는 날이면 고쳐지지 않는 계산 실수 때문에 혼자 울며 집에 가곤 했다.
계산 실수는 수학 시험을 볼 때 풀이 과정을 모두 생각해낼지라도 바른 답을 도출해낼 수 없게 하는 성가신 존재다. 고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더라도 습관이 된 실수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난 그런 계산 실수와 나의 인연을 끊어내기 위해 정말 많이 노력했다. 틀린 문제의 계산만 계속해서 연습하고 어느 부분에서 실수했는지 꼼꼼히 살폈다. 이를 통해 내가 진정으로 잘하고 싶은 마음에서 세심하게 신경쓰며 침착하게 나아가는 태도가 더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그 결과, 지금은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예전만큼 좌절하지 않는다. 물론 시험 성적은 높을수록 좋다지만 실수를 통해 내가 고쳐 나가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고 실수는 나를 더 나답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장치가 됐다. 우리가 꼭 완벽하게만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상대방이 하는 실수를 보면서 그 사람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고 그런 실수를 관용하며 마음의 여유도 기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의 실수를 발견하며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성찰을 할 수 있고 나에게 관용적인 사람이 돼 낮아진 자존감도 높일 수 있다. 실수를 아무렇지 않게 수용하자. 실수를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우리는 자기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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