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민생 핑계로 정쟁하지 말고 협치정치를 해야

국회는 24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열어 638조7천276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국회가 연말까지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지 못해 헌정 사상 최초로 ‘준예산’을 편성하는 사태를 피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국회는 2014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법정 시한을 넘김은 물론 가장 늦은 22일 만에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는 불명예는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통과된 예산안은 정부가 지난 9월 제출한 639조원에서 4조6천억원을 감액하고, 야당이 주장한 일부 사업을 반영하고 동시에 정부가 편성한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운영경비를 5억1천만원에서 50% 감액하기로 조정하기로 하는 등 여야가 중간선에서 적당히 타협하는 수준에서 최종 예산안이 통과됐다.

 

여야는 그동안 끝도 없는 정쟁하에 정기국회를 운영해 왔다. 국회는 회기 종료일 9일을 앞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추가 시한을 두 차례 넘기는 등 벼랑 끝 대치를 벌이면서 민생을 핑계로 상대 정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정쟁을 계속해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다가 겨우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여야가 국민 여론에 못 이겨 중간선에서 적당히 합의해 처리한 새해 예산안은 예산 본래의 취지가 상당히 변색했다. 헌법은 예산안을 정부가 편성하고 국회는 심의해 감액만 할 수 있도록 했으니, 이는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여당이 책임성 있게 새해 정책을 운용하라는 취지다.

그러나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인 민주당은 169석의 힘으로 집권당이라도 되는 것처럼 예산의 골격까지 변경시키면서 정부가 편성한 예산에 발목을 잡았다. 정책 운영 결과는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견제를 넘어 국정을 방해하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다. 이는 아직도 야당이 지난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행태라고 본다.

 

여당과 정부 역시 정치력 부족으로 야당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서 야당에 끌려 다닌 것에 대해 자성 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제대로 일하도록 뒷받침하지 못하는 책임을 야당 탓으로만 볼 수 없다. 여당과 정부는 더욱 포용력을 가지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대하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올해 실시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권은 물론 국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심화했다.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은 이런 갈등을 해결하는 것이 정치의 본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팬덤정치로 인해 오히려 국민 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으니, 국민은 불안해 할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가중되고 있다.

 

국회는 근로기준법 등 아직도 처리해야 할 민생 관련 법안이 산적해 있다. 남은 회기만이라도 여야가 정쟁은 그만하고 협치정신을 발휘, 국민을 위한 대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해 주기를 간곡히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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