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두 청년의 특별한 연말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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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미 사회적협동조합 플랜비스포츠 이사장

한 해의 끝자락인 연말이다. 오고 가는 많은 연말 인사 속 최근 나에게 특별했던 두 청년의 인사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스포츠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도움이 필요한 장학생 추천 건으로 맺은 인연으로 3년 전 처음 만났다. 한 명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 축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던 중학생, 또 다른 소년은 보육원에서 스포츠 트레이너를 꿈꾸던 고등학생이었다.

 

시간이 흘러 중학생은 대학 축구부 진학을 앞두고 있고 고등학생은 3년 차 트레이너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거창한 인사말이나 잘 꾸며진 포장지 하나 없는 그들의 근황과 담백한 인사말이, 이 추운 겨울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줬다.

 

두 청년의 성장은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느끼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두 소년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장학금이나 후원 프로그램 등 제도적 뒷받침, 좋은 감독과 멘토가 옆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또 누구나 자라면서 겪는 미숙한 성장통의 시기에 많은 사람의 관심과 지지가 십시일반 보태졌기에 단단하게 이겨낼 수 있었다.

 

복지시설이나 아동양육시설에 거주 중인 청소년 중 두 사람처럼 운동선수나 체육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청소년들을 종종 만난다.

 

4년째 초등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운동선수라고 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만약 이들 중 진지하게 운동선수의 길을 걷겠다고 한다면 과연 몇 명이나 그 여정을 걸을 수 있을까.

 

사실 현실은 정보가 없어 운동선수가 될 수 있는 진학 시기를 놓치거나 체육대학에 진학하고 싶어도 입시 준비에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 등의 이유로 꿈을 포기하는 경우를 더 많이 봤다.

 

그래서 꿋꿋이 자신의 꿈을 이어가는 두 사람의 소식은 언제나 나에게 희망을 준다. 소년이 프로축구선수가 되지 못해도,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트레이너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 많은 어른의 관심과 애정이 모여 우리는 또 한 명의 우리 이웃을 성장시켰다는 점이 나는 더 자랑스럽다. 사회는 이렇게 서로서로 성장시키며 발전해 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를 위해 누구나 환경에 상관없이 다양한 꿈을 꿀 수 있고, 꿈을 이루는 길을 알려주는 어른이 있는 사회. 새해에는 그런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어른이, 그리고 나 스스로 노력하고 애쓰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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